박지성, '리더'의 책임감이 '골'을 만들었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산소탱크'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오랜만에 골 맛을 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박지성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 울버햄턴과의 2010-11시즌 칼링컵 4라운드에서 선발로 출전해 후반 25분 팀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3-2 역전승에 기여했다. 지난달 23일 스컨소프와의 칼링컵 3라운드서 시즌 첫 골을 넣은 이후 한 달여 만에 얻은 시즌 두번째 골이다.

이날 박지성은 선발로 출전한 맨유 선수들 중 마이클 캐릭(29)과 함께 팀에서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였다. 수비수 웨스 브라운(31)이 가장 나이가 많았지만 페데리코 마케다(19), 가브리엘 오베르탕(21), 베베(20) 등이 출전한 공격진에선 캐릭과 함께 최고참이었다.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공격을 주도한 박지성은 지난 경기들과 다르게 적극적인 돌파력을 선보였다. 마치 한국 대표팀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를 풀어나가던 모습과 흡사했다.

박지성은 그동안 대표팀과 맨유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 받고 경기에 나섰다. 대표팀에선 '캡틴' 박지성으로 한국 공격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며 대표팀 동료들을 독려하는 역할도 충실히 소화했다.

결국 위기 때마다 터진 박지성의 골로 한국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진출했고 본선 무대에서도 박지성의 진가가 발휘되며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란 쾌거를 달성했다.

하지만 한국의 '캡틴' 박지성은 맨유로 돌아가면 철저히 이타적인 박지성으로 변했다. 맨유의 박지성은 스스로 해결하는 플레이보다는 웨인 루니,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라이언 긱스 등 팀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더욱 신경 썼다.

많은 팬들이 박지성에게 대표팀 때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기본적으로 박지성의 역할은 한국과 맨유에서 다르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칼링컵 4라운드에서 박지성이 보여준 적극적인 공간 침투와 골을 노리는 플레이는 대표팀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루니나 긱스처럼 경험 많은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박지성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야 했다. 그리고 결국 대표팀에서 책임감을 안고 뛰던 모습처럼 공격적인 플레이를 시도한 끝에 골까지 성공시키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시즌 두번째 골을 넣은 박지성.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