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금 캐러 가는 AG게임 야구대표, 이들 있어 즐겁다![김하진의 공놀이]
25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첫 소집 후 다음날부터 사직야구장에서 훈련에 들어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국가의 명예를 높이고 병역 면제라는 혜택까지 받기위해 금메달을 반드시 따야만한다. 어찌보면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진 대표팀은 긴장감이 역력할 법한데 훈련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사직 구장에 걸쭉한 부산 사투리가 가득하다. 주인공은 타격 7관왕과 함께 최고의선수(MVP)로 선정된 이대호. 덩치만큼이나 목소리도 한 몫 제대로한다. 훈련 내내 우렁찬 목소리로 팀 분위기를 이끈다.
취재진은 "이대호가 말문이 트였다"라는 말에 모두 동의하며 그의 달라진 모습에 놀랐다. 정규 시즌에서 조금은 까칠한 모습과는 달리 취재진들과의 대화에서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도 덕아웃을 들어서며 나지막히 속삭인다. "성흔이 형 보고싶네" 롯데에서 홍성흔이 했던 역할을 대표팀에서 본인이 다하려니 내심 그리운가보다.
"(이)대호가 말 주변이 쎄서 밀린다"라며 '분위기 메이커' 자리를 놓고 경쟁의식을 느끼는 정근우는 깨알같은 멘트로 팀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첫날 훈련 후 "SK 훈련보다 빡세다"라며 투덜대는가하면 "이용규와 당구 내기를 했는데 졌다"며 하소연을 한다.
이런 정근우를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룸메이트하고 싶은 선수로 꼽았다. 이를 전해들은 정근우는 "자기 마음대로 정하네"라며 한번쯤 튕기면서도 "그럼 빨래는 추신수 시켜야지"라고 말해 취재진까지 웃음바다로 만든다.
하지만 군기만 잡는 것은 아니다. 봉중근은 훈련 중에도 가장 바쁘게 뛰어다녔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의 부름에 즉각 뛰어가서 조언을 듣는가 하면 감독님과 코치진이 부르면 즉각 달려가서 지시를 전달받는다. 주장 감투를 쓰더니 한층 진지해졌다.
이런 고참들 뒤에서 "분위기 메이커는 형들에게 맡기고 나는 하던대로 하겠다"라는 김현수는 은근한 예능감을 자랑했다. 길눈이 어두운 김현수는 밖에 나가지는 못하고 훈련이 끝난 뒤에는 호텔 방 안에 앉아서 TV만 본다고 한다. 무슨 프로그램을 보냐는 질문에 "모든 예능 프로그램은 다 본다"이라고 답한다. 반면에 드라마는 "너무 만들어져있다.그래서 절대로 안 본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TV로 익힌 예능감을 대표팀에서 거리낌없이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혼자 얼어있는 선수가 있다.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인 김명성이다. 선배 선수들은 물론 취재진들에게도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김명성은 시종일관 땀을 뻘뻘 흘리며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 모습이다. 이런 그에게 하늘같으신 조범현 감독님이 다가와서 말을 건다. "공은 몇개 던져 봤냐"라는 물음에 김명성은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라며 동문서답한다. 정말로 감독님이 시킨다면 별도 따올 기세다.
훈련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아시안 게임에서 펼칠 금메달 드라마를 그려본다. 또한번 이들이 최선을 다해 많은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으면 한다. 이들이 있어 우리는 즐겁다.
[사진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분위기 메이커 이대호(왼쪽)-군기반장 봉중근(위부터 순서대로)]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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