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터넷 유저들이 그의 자살을 돕고 있었다
11월 9일 오전 8시 30분 경, 센다이시 아오바구내 아파트에 사는 남성(24)이 목을 매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남성은 동영상 사이트 Ustream에서 자살예고를 하고, 오전 5시 30분경부터 목을 매 자살하는 영상을 생중계했다.
이 남성은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살고 있었다. 자살하기 며칠전인 11월 4일에는 익명게시판 '2채널'에 '다음주 자살할 겁니다'라는 예고글을 작성해 게재했다. 글에는 구체적인 회사명과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휴직중이며, 상사와 트러블이 있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리고 오전 2시부터 자살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중으로 목을 맬 수 있을지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회사일은 잘 되지 않았고, 길거리에서 헌팅을 해봤지만 여자들에게 차이기만 했다. 헌팅한 여자 중에서 친해졌다 싶은 여자가 있었지만 결국 차가운 대접을 받았다. 고독했다. 대학교 때는 친구들과 가끔 문자를 주고 받았고, 위안을 얻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졸업후에는 만날 기회도 없어졌고, 너무 힘들다. 마음의 버팀목이 없어졌다. 가족도 붕괴되어 버렸다"
24세 남성이 눈가리개를 하고 Ustream 유저들을 향해 이런 말을 내뱉은 것은 오전 4시 경. 술에 약을 타서 마시고, 만취상태였던 남성은 혀가 꼬인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청소년 비행을 방지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유저가 "전직하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전직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 그러나 전직해도 무리라면 더 실망하게 될 거야. 더 이상 힘들고 싶지 않아"라고 답하고 "더 힘든 대학생활을 보낸 사람도 많다"는 다른 유저의 말에는 이렇게 답했다.
"글쎄. 힘든 대학생활이라는 것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과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한 사람, 그들 나름이 아닐까요. 나는 노력하고 있는 사람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노력하지도 않고 처지를 비관하는 사람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뭐래도 절망을 뚫고 나오지 않으면 안되죠.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을 찾길 바래요"
노력의 중요함에 대해서 심각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는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희망이 없어져 버렸습니다"라며 자살의 이유를 설명,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고백했다.
"슬슬 경찰에 신고해야할까"라고 말하는 유저에게는 "아직 이릅니다. 제가 죽은 것 같으면 그 때 연락해주십시오"라고 답했다. 다른 유저가 "이렇게 죽는다면 보는 사람 기분이 언짢을 것 같군요. 지금은 죽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기억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아요"라고 자살을 말리는 유저도 있었다.
이에 남성은 "글쎄요, 여러분 중 어떤 사람은 '빨리 죽어버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모두 모순 덩어리입니다. 이것은 어떤 종류의 엔터테인먼트일 수 있겠군요. 죽게 될 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진심은 이 동영상을 보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내가 이 자살중계 사건을 알게된 것은 9일 오전중이었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고 있자니 자살중계 소식과 함께 이것을 전한 '2채널' 스레드 URL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몇 시간 후, 트위터를 통해 이 소식이 점점 더 퍼져나갔고 나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그러자 경찰은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다. 그러나 자살신고가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공식발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표명을 했다.
이번엔 사건이 발생한 센다기 지역 경찰서에 전화를 해 봤다. 자살 담당부서는 생활안전과가 맡고 있어서 그 쪽에 직접 물어보니 담당자는 사실관계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당신 가족은 아니시죠?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이야기는 해드릴 수 없습니다"
이런 대답을 듣고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조사를 실시, 센다이 경찰 관할구역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신문, TV, 라디오를 통해 퍼져나갔다.
물론,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자살중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동맥을 끊는 등 자해 중계도 있었고, 글을 통한 실황중계도 있었다. 이런 자살중계는 예전부터 계속 문제시 되어왔다.
그렇다면 이 남성은 왜 이런방식으로 자살을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자살을 생각하는 어느 누구라도 자살 전, 생사에 대한 방황은 있을 것이다. 자살희망자는 정말 죽을까 말까, 그 생각을 반복하는 것이다. 남자가 2채널에 자살예고를 한 지난 4일에 "다음주에 죽을거야"라는 식으로 시간적 여유를 둔 것을 보면 이 남자도 한편으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러나 8일부터 9일 사이에 다시 한번 자살의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다만,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자살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누군가 자신이 자살하는 것을 도와주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생각나는 것은 즐겨찾던 게시판 '2채널' 그리고 Ustream이었을 것이다.
Ustream은 트위터와 연동하고 있고, 컴퓨터를 못하는 사람이라도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실황중계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이트에 자살중계를 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며칠 전 2채널에 자살예고를 하므로써 실황중계에 유저가 몰렸다는 것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2채널 특성상 누군가 '나 다음주에 자살할거야'라고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놔도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보가 쇼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자살한 남성은 2채널에서 자신을 바보취급하는 댓글을 보고 자살할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
실제 2채널에는 남성에게 '빨리 죽어', '확실한 방법은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거야' 자살을 부추기는 댓글이 있었다. 그리고 남성이 자살한 후에도 '이거 뉴스거리 좀 되겠는 걸' '죽거나 말거나' '실황중계를 하다니 귀찮은 놈' 등 타인의 자살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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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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