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강지훈 기자의 스탯바이스탯] 김동광 KBL 경기이사가 붉은 공을 들어올리는 순간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이 터졌다. 이상범 안양 한국인삼공사 감독은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운 뒤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지난 2년간 안양실내체육관을 썰렁하게 만들었던 한국인삼공사의 리빌딩은 오세근 지명으로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오세근도 뽑은 마당에 마지막 고민
하지만 아직 인삼공사에는 마지막 고민이 남아있다. 내년 시즌 복귀하는 2007-08시즌 신인왕 김태술, 올 시즌 신인왕이 유력한 박찬희의 공존 여부다. 지난 17일 '스탯바이스탯'에서 이번 드래프트 결과를 예측하며 박찬희-이정현-양희종-오세근-용병으로 꾸려지는 프로농구 사상 최강은 아닐지라도 가장 젊고 포텐셜 넘치는 라인업을 예측했을 때도 왜 김태술이 아니고 박찬희냐는 논란이 가장 많았다.
189cm의 장신 가드지만 박찬희를 듀얼가드로 보기는 어렵다. 대학 시절에도 빼어난 공격력 때문에 1번으로서 박찬희의 가치가 가려지기도 했지만 속공을 이끄는 능력과 경기조율뿐 아니라 하프코트 오펜스에서도 박찬희는 정통파 포인트가드에 근접했다는 평을 줄곧 들어왔다. 정통 포인트가드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서 2명의 정상급 포인트가드를 동시에 보유하면서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다면 이만한 비극도 없다. 1명을 벤치로 전락시킬 생각이라면 트레이드가 낫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은 다른 복안을 갖고 있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문에 올 여름내내 소속팀과 손발을 맞추지 못한 박찬희는 광저우아시안게임 복귀 후 2번에 가까운 역할을 주문받았다. 점차 1번 비중을 높이긴 했지만 박성훈-김보현과 가동될 때 오히려 스코어러의 역할을 수행하곤 했다. 이 감독은 "아시안게임 때문에 팀과 훈련하지 못한 박찬희의 리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이뿐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다음 시즌 박찬희의 청사진을 미리 준비했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 있다. 바로 김태술 복귀 후를 말하는 것이다.
해답은 박찬희의 듀얼가드 변신
"팀을 끌고 나가는 힘은 가드다. 그리고 그 가드는 김태술이다. 포인트가드는 경기 전체를 봐야 하는데 2년 공백으로 망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선수라면 몰라도 김태술이면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백 여파로 게임을 망쳐도 김태술은 붙박이 주전이다. 김태술이 리빌딩의 시작이자 중심이다"
내년 시즌 인삼공사의 컨트롤타워는 간판스타 주희정을 보내며 리빌딩의 첫 단추를 뀄던 김태술이다. 이 재능 덩어리팀을 이끄는 선장은 이미 이상범 감독의 입을 통해 임명됐다. 단, 김태술이 기대만큼 빠른 시간 내에 본래 기량을 되찾는다는 단서가 붙는다. 올 시즌 이상범 감독은 "3점슛을 더 많이 시도해야 한다. 적어도 경기당 5개 이상씩 쏘고 나오라고 했다. 실패해도 상관 없다"고 끊임없이 박찬희를 독려하고 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3점슛을 던지고 있는 서울 SK 슈터 김효범은 경기당 5.36개의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이 감독은 박찬희에게 김효범만큼 던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태술-박찬희를 공존시키기 위한 준비다.
이 감독은 내년 시즌 인삼공사의 라인업으로 '김태술-박찬희-양희종-오세근-용병'을 구상하고 있다. 올 시즌 주득점원으로 활약한 이정현은 식스맨 보직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험난한 미래가 예고됐다. 장신인만큼 박찬희가 상대팀 2번을 수비하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1번이나 다름없는 듀얼가드의 존재는 김태술이 경기를 풀어가는데도 훨씬 수월하게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2번으로서 박찬희의 3점 슈팅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경기당 0.9개 이상의 3점슛을 터트린 3점슛 순위 30걸 중 박찬희보다 낮은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김태술의 컨디션 회복과 박찬희의 외곽슛 보완. 이 매력적인 백코트의 공존을 위한 선결과제다. 내년 4월, 2년간 땀 흘리며 일군 리빌딩의 알찬 수확을 오롯이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오세근 영입만큼이나 중요한 지점이다.
[다음 시즌 인삼공사 백코트 김태술(왼쪽)-박찬희. 사진 = KBL]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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