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한국 최초 여자럭비대표 '럭비 얼짱'의 무한도전은 계속된다[채성은, 한국 최초 여자럭비대표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결성된 여자럭비대표팀. 나는 우연히 럭비대표팀에 뽑혀 태어나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특히 마지막 경기의 흥분과 느낌은 잊을 수 없다.
앞서 5경기에서 전패한 우리는 인도와의 마지막 대결이 남았다. 경기 전 파이팅을 외치며 뛰어들었으나 결과는 애석하게도 10-21. 마지막 경기에서 얻은 두 번의 트라이(상대 골라인 안 지면에 럭비공을 접촉시키는 득점)를 내가 발로 차는 기회를 얻었으나 보너스 점수로 성공시키지 못했다. 팀의 막내였던 난 언니들에게 패배가 나 때문인 것 같아 너무 미안해 내색도 못하고 화장실에서 홀로 울었다.
사실 마지막 경기에서 나는 부러진 갈비뼈 두 개를 안고 뛰었다. 싱가포르전에서 부딪힌 곳이 부러졌던 것이다. 숨 쉴 때마다 아플 정도로 힘들었지만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일단 경기가 다가왔으니까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안 뛰었으면 후회가 남을 뻔했다. 아직도 갈비뼈 하나가 붙어가는 중이지만 괜찮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우리 팀은 공항에서 저녁을 먹고 그날 바로 '해산'했다. 대표팀의 다른 언니들은 취업, 혹은 공부 등 자신의 생활로 돌아갔다. 지금은 나를 포함한 대표팀 3명이 부천북고등학교에서 남자 고등부 럭비팀과 훈련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님도 해산할 때 연락한다는 말 뿐이었을 뿐 비록 팀이 언제 다시 모일지, 대표팀 2기가 다시 언제 결성될 지는 기약은 없었다. 그러나 럭비를 놓을 수는 없다.
부상 위험이 없는 운동은 없다. 여자 복싱도 얼굴에 직접 맞는 운동이고 여자 축구도 부상의 위험이 있는 운동이다. 경기를 한 번이라도 보게 된다면 위험하다는 우려가 괜한 걱정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도 대표팀 들어가서 럭비공을 처음 만져볼 만큼 몰랐었지만 정말 매력있는 운동이고 다른 스포츠와 같이 박진감있다. 이 같은 럭비의 매력에 세계인들은 이미 흠뻑 빠져있다. 아시안게임에서의 2만명의 관중석을 메운 함성이 그것을 증명했다.
솔직히 올해 고3이 되는 나로서는 럭비와 대학을 놓고 고민이 많다. 여자 럭비팀이 있는 대학도 없을 뿐더러 기업의 투자도 없고 실업팀도 없는 것이 여자럭비팀의 현실이다. 체대를 들어가려면 입시 준비를 위해 럭비 연습을 잠시 중단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결성될 팀을 위해서 말 그대로 기약 없이 연습에만 열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고민에도 난 오늘도 럭비 훈련을 하러 집을 나선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함성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곧 여자 럭비가 그렇게 되도록, 내가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2014년 그리고 2016년에도 아니 그 이후에도 태극 마크를 달고 계속 럭비공을 잡을 수 있겠지?
[미니홈피의 채성은 사진들(맨위 사진)과 민경진-정하니-최혜영-박소연(둘째사진 윗줄 왼쪽부터), 김민지-주은수-김아가다-김선아(둘째사진 둘째줄 왼쪽부터), 이민희-송정은-채성은-김다흰(둘째사진 셋째줄 왼쪽부터). 사진 = 채성은 미니홈피, 대한럭비협회 제공]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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