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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유병민 기자]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가 민주화 시위대의 퇴진 요구를 거부하며 자신은 끝까지 싸울 것을 밝혔다.
CNN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각) 카다피가 리비아 국영 TV를 통한 생중계 연설에서 "나는 혁명의 지도자이며 공식적인 자리를 가지고 있지 않아 물러날 수도 없다. 이곳이 내 조국, 바로 내 조국이고, 나는 내 조상 땅에서 순교자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는 갈색으로 된 긴 옷차림에 터번을 쓰고 1980년대 미국의 폭격으로 파손된 트리폴리 관저의 한 건물 앞에 서서 비장한 모습으로 원고 없이 연설을 하며 수시로 주먹을 불끈 쥐거나 연단을 내려쳤고, "나의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그는 "내가 리비아를 혁명으로 이끌때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우리는 과거 미국과 영국에 저항했고,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앞에서 리비아의 이미지가 왜곡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카다피의 선전포고에 앞서 친정부 세력은 수도 트리폴리 등지에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을 이어갔다. 전투기가 시내 곳곳을 폭격하고 군용 헬리콥터가 비행하며 시가지를 향해 발포했다.
목격자들은 일부 용병이 포함된 친정부 민병대원들은 거리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 차량에 설치한 확성기로 주민들에게 집 밖에 나오지 말라고 경고하며 돌아다녔다고 증언했다.
리비아 시위가 유혈사태로 치닫자 국제사회의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리비아 사태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청했다. 필레이 대표는 "시민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 행위는 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57개국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무슬림 조직인 이슬람회의기구(OIC)도 이날 리비아 당국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에크멜레딘 이흐산오울루 사무총장은 "리비아 시민을 상대로 한 과도한 공권력 동원에 강한 비난을 표명한다"며 "억압을 중단하고 시위대와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적인 탄압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유엔(UN) 회원국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카다피의 TV연설을 리비아 국민에 대한 전쟁 선포로 규정하며 "정말로 소름끼친다"고 비난했다.
[연설중인 카다피. 사진 = CNN 홈페이지 캡쳐]
유병민 기자 yoob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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