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현장] 일본 대지진, 도쿄 한인과 한인 타운 모습 스케치
[제이피뉴스] 11일 오후 2시 46분, 산리쿠 해안을 진원으로 하는 일본 관측 사상 최대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도쿄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도쿄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재일 한인들이 지진으로 인한 통신, 교통시설 마비로 큰 불편을 겪는 가운데, 코리안 타운 내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상점들도 있었다고 한다.
#1
한인 사업가 A씨 4시간 걸려 회사가는 길
회사로 걸어가던 중 목격한 수 많은 인파
"피난민 같았다"
한국인 사업가 A씨는 지진 때문에 도쿄역에서 발이 묶였다. 결제해야할 중요한 서류들이 쌓여있고, 할 일은 많았다. 그러나 지진으로 전철은 운행이 중단됐다. 평소 차를 갖고 다니지도 않는 그는 택시를 잡아보려하지만 잡힐 리 만무했다.
어떻게든 회사에 가야했다. 그는 도쿄역에서 회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서 가려면 무려 4시간이 걸린다. 가다가 택시를 잡을 생각으로 걸었다. 그러나 빈 택시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이왕 걷는 김에 걷는다.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회사를 가야했기 때문에 걸었다.
그런데 세상에. 방향은 제각각 달랐지만, 도쿄역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목에는 엄청난 수의 인파가 걸어가고 있었다. 지진 발생 이후 퇴근하고 집에 가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치 '피난민' 행렬이었다. 양복을 입은 피난민 수 만명이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엄청난 인파가 인도를 걷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니까요. 피난민이 따로 없었습니다"
#2
오다이바 차 택시 잡기 불가능
핸드폰도 통화 불통
일본 회사에 다니는 한국인 회사원 A씨는 결혼 2년차다. A씨는 오다이바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11일 2시 46분, 일하던 중 지진이 발생했고, 사람들과 함께 밖으로 뛰쳐나왔다.
지진은 어느 정도 잠잠해졌지만, 집에 있는 부인이 걱정됐다. 전화를 해봤지만, 그가 애지중지하던 스마트폰은 불통이다. 연락할 길이 없다. 전철 운행도 중단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택시를 잡아보려 했지만, 너도나도 택시를 잡고 있는 데다, 빈 택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진이 계속돼 속이 타들어 가지만 택시를 잡는 건 불가능해보인다.
"정말 애가 탔습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중에 몇 시간이 지나서야 연락이 되더군요. 별 일이 없다는 걸 알고나서야 마음이 놓이더군요"
#3
신주쿠 코리안 타운에 자리잡은
한국 대형 슈퍼
"계산 끝까지 하는 일본인 인상 깊어"
코리안 타운 내 한 슈퍼. 지진 때 상황에 대해 물어보니 별 피해가 없었단다. 이 가게는 운 좋게도 진열 상품이 쓰러지지도 않았고, 떨어져 파손된 물품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느껴졌던 진동은 매우 강해 종업원들이 어지러워할 정도였다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종업원에게 지진 당시 상황에 대해 물었다.
"별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지진이 처음 시작될 때 손님 한 두 사람 나가더니, 본격적으로 지진이 시작되니까 우르르 몰려 나가더라구요. 저희들(직원들)도 같이 따라나가구요. 일본 사람들은 지진 교육이 몸에 배서인지 모두들 본능적으로 차도 중앙선 근처로 몰려 가더라구요. 그래서 그곳에 저희(종업원들)도 같이 있었죠"
그런데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게 있었단다.
"신기했던 건, 일본 사람들 계산하던 건 끝까지 하더라구요. 계산대에서 계산하던 사람들, 그렇게 진동이 심하고 다른 사람들 다 뛰쳐 나가는데도, 결국은 계산을 마치고 나가더라구요. 좀 놀랬죠. 보통이면 계산이고 뭐고 일단 바구니 던지고 뛰쳐나가기 마련이잖아요. 분명 자기네들도 이런 지진 처음일텐데 말이죠. 참 대단해요."
#4
코리안 타운 만물상 돈키호테
지진으로 진열품 마구 떨어져
세재, 전자제품 등 일부 제품 파손돼
도쿄 쇼칸도리에 위치한 대형 유통체인 '돈키호테'. 이곳은 넓기도 넓지만, 정말 없는 물건이 없다. 코리안 타운 사는 사람들에게는 쇼핑하기 너무 좋은 곳으로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매우 좋아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물건이 한정된 공간에 배치되다보니 물건 배치가 매우 빡빡하고 여유 공간이란게 없다.
과연 이번 대지진으로 괜찮았을까 싶어 일본인 직원에게 괜찮았냐고 물었다.
"피해는 없었어요?"
"있었어요. 일단 세재가 진열대에서 떨어졌는데 다 터져버렸어요. LCD TV와 같은 전자 제품 진열해놓은 것도 진열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파손됐어요. 회사 측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물건들 많이 떨어졌나요? 진열이 빡빡해서 금방 떨어질 거 같던데"
"지진 끝나고 3시간 넘게 치웠습니다"
"아. 네..."
자세히 보니 직원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나온다.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손님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었냐고 묻자, 일단은 자신들이 바깥으로 대피를 시켰다고 한다. 이전에 돈키호테에서 큰 화재가 발생,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 직원들은 재난 발생시 고객들을 모두 바깥으로 대피시키도록 하는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5
한류 바람타고 매출 급상승 중인
한류 상품 잡화점
피해는 일부 CD, DVD 파손외엔 없어
이번에는 한류 잡화점. 일본 내 한류붐으로 엄청난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곳도 큰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한국 연예인 CD음반이 지진으로인해 진열대에서 떨어졌고, 일부가 파손됐다고 한다.
#6
코리안 타운 한복판에 있는
한국 커피숍
손님들 지진 발생하자
돈만 계산하고 밖으로 뛰쳐나가
코리안 타운 한복판에 있는 한국 커피숍. 마침 퇴근하던 직원에게 지진 당시 상황을 물었다. 이 곳도 조명이 크게 흔들리고, 선반 위 종이컵 박스가 떨어지는 정도였을 뿐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돈은 내고 커피를 받아가지 못한 손님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다시 안 돌아오더라구요. 지진이 총 3번 정도 반복됐는데, 손님들이 들어왔다가 나가고하는 패턴이 3번 정도 반복됐죠. 한 번 나간 손님은 거의 안 돌아왔어요. 돈 내고 음료는 받지도 못하고 가고, 책상 위에 음료 놓고 나가고는 다시 안 돌아오고 그러더라구요."
#7
코리안 타운 내에서
오랜 세월 영업한 'U' 식당
접시 깨지고 술병 깨지고
오랜 기간 코리안 타운 자리에서 영업을 하던 한국식당 U. 이곳에서 코리안 타운 근처 한국식당들의 지진 당시 상황을 대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근처 한국식당 중에는 피해가 있었던 곳도 있었지만, 전혀 없었던 곳도 많았다고 한다. U식당의 경우는 피해를 입었다. 많은 양의 접시가 깨지고 술병들이 다수 깨졌다고 한다. 손님이 있었을 때였는데, 지진은 나고 접시 깨지는 소리 들리고, 아수라장이었다고 한다.
한편, 일부 식당 중에는 여진이 일어날까 하는 마음에 영업을 일찍 중단하고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앞에 언급된 카페와 달리 식당은 후불제다. 그래서 지진 때 돈 내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은 없었냐고 넌지시 물었다.
"아, 다행히 저희는 없었어요. 모두들 다시 돌아와서 계산하시고 가시더라구요. 그런데 다른 가게들은 몇몇 손님들이 돈 안 내고 그냥 가고 그랬다더라구요."
병 깨지고 접시 깨졌지만, 다행히 손님들은 돈을 내고 간 모양이었다.
#8
피난소가 아닌 숙박소?
오쿠보 초등학교
코리안 타운 근처 오쿠보 초등학교는 강진 때문에 체육관을 피난소를 제공하고 있었다. 텅 비어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들어갔지만 예상 외로 꽉 차 있었다.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담요를 덮고 장을 자거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쿄에서도 주택에 큰 피해가 있었나 싶어서, 바로 옆에서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한국인 학생들에게 물었다. 집 어디가 부서졌느냐고.
"아니에요. 집은 멀쩡해요. 전철이 안 다니니까 여기로 온 거에요."
알고보니 이 피난소 안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전철 운행이 중단돼 집에 갈 수 없는 이들이었다. 취재왔다는 말에 유일하게 친절을 베풀었던 경비아저씨 한 분이 말했다.
"여기에 집에 문제가 있어서 온 사람 없어. 다 타지 사람이야. 전철이 전부 운행이 중단되니까 여기로 온 거란 말이지. 도쿄는 주택 피해 하나도 없어. 그냥 잘 곳 찾아 온 사람들이야 대부분"
물론 혼자 밤을 보내기 무서워 오는 혼자사는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여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도저히 무서워 잠을 청할 수 없었던 것. 피해가 그다지 없었던 도쿄의 오오쿠보 피난소는 그렇게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의 숙박소가 되버렸다.
문태경 기자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