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장새별 KBSN 아나운서]
그냥 제 이름 석자보다 '아나운서 장새별, KBSN 아나운서'가 더 듣기 편해져버린 여자 사람 장새별입니다. 평범했던 직장인에서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달려왔습니다. 제 인생의 2군에서 훈련도, 불펜에서의 피칭도 아직 많이 부족한 저에게는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돌아온 여정, 그리고 앞으로 계속 이어질 스포츠 아나운서로서의 페넌트레이스까지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 맨땅에 헤딩하기
취업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제가 대학교 졸업반이었던 시절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4학년 1학기, 정규직으로 대기업 대표이사 비서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꿈을 펴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것은 현실과의 타협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경제적 자립을 하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번 돈으로 사설 학원에 등록했고 꿈에 대한 간절함은 더 커져갔습니다. 여느 부모님들처럼 집안의 만류에도 안정된 직장보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그것'을 향해 과감히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상사와의 마지막 점심 회식자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장님, 저 사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습니다" 사장님께서는 놀란 듯 웃으시며 "정말? 이제 그럼 새별이 TV에서 보는 거야? 그래, 열심히 해라!"라고 격려해주셨던 얘기가 정말 현실이 될 줄은 그 때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2008년 여름, 이미 스물여섯의 나이에 맨땅으로의 헤딩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 2군에서의 행복
방송의 영역은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또 좁습니다. 처음 아나운서가 되었을 때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그는 제게 VIP에게 선물하는 볼펜을 꺼내어 주셨습니다. 사실 그 볼펜은 아까워서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지역방송, 공공기관, 그리고 사내방송까지 기회가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습니다. CF모델과 지면모델의 경험도 카메라 앞에 서는 제게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했던 사무실을 벗어나 찌는 듯한 더위와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했습니다. 일이 즐거웠습니다.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은 저는 그 행운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 1군으로의 데뷔
2010년 가을, KBS Media Center 3층.
"장새별 씨, 경력이 많은데, 이곳은 출장도 많고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곳입니다. 알고 있나요?" KBS N 최종 면접 때 받았던 질문이 생각납니다. 사실 최종 면접 전날 눈을 붙이면서 지나간 시간들이 연속의 프레임이 되어 스쳐지나갔습니다. 눈시울을 뜨겁게 할 만큼 벅찬 무언가와 함께. 스물여덟에 스포츠 아나운서로의 출발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전문성’에 대한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저였기에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1군으로의 데뷔는 배구코트에서 이뤄졌습니다. 현대건설의 프로배구 사상 첫 통합 우승현장에서 황현주 감독님의 촉촉한 눈시울을 보았습니다. 신영철 감독님이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때도 가장 먼저 그들의 감동과 함께했습니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 이 자리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조금 알고 있습니다. 그 어떤 자리보다도 보람되고 감사한 일이라고.
# 페넌트레이스의 출발선
어느새 스포츠는 제 인생의 중심에 들어와 있고 울고 웃게 하는 치명적인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달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제 나이보다도 많은 야구의 나이이기에, 그리고 수많은 야구팬들을 대신해 야구가 인생인 감독님과 선수들을 만나는 직업이기에, 처음부터 조바심내고 욕심부리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매일 경기와 스포츠뉴스를 보고 공부를 해도 아직 제 마음처럼 모두 내 것으로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얘기만은 꼭 하고 싶습니다. 승부를 점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야구경기가 끝나면 밤하늘의 별은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냅니다. 프로야구의 열기가 진정으로 무르익는 가을하늘에 별은 더 밝습니다. 2011년 가을, 스포츠 현장 저 깊숙한 곳에서 더 빛날 수 있는 스포츠 아나운서 장새별로 남고 싶습니다.
장새별 아나운서는 지난 해 KBSN 스포츠에 입사해 프로배구와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올해부터는 프로야구 아나운서로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이다. 스포츠의 새로운 별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현장을 사랑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김용우 기자 hilju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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