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일본 네티즌 "박지성만큼은 인정 할 수밖에 없다"
29일 새벽(한국시각)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앞두고 한국뿐 아니라 많은 일본축구팬들도 이 경기를 고대하고 있다.
물론, 이번 결승에 자국 선수가 뛰어 관심도가 남다른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현지의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모두 이 경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공중파인 후지TV에서 결승경기가 생중계되기 때문에, 맥주를 준비해놓고 경기가 시작되길 손꼽아 기다리겠다는 축구팬들도 적지 않다.
근래 솝꼽히는 빅매치를 앞둔 가운데, 일본축구팬들은 박지성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관련 기사 중에서도, 박지성 기사에는 유독 많은 수의 댓글이 달린다.
특히, 최고의 명문 구단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고,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를 보이는 박지성에 일본팬들마저 감탄해 마지 않는다. 인터넷상의 박지성 관련 기사에는 "왜 한국에서 태어난 거야", "진짜 아시아 최고다" 등 부러움 섞인 감탄사가 적힌 댓글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혐한들이 득실거리는 '야후재팬', 혹은 '2ch'에서 박지성의 욕은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게시판에서 자주 출몰해 한국과 관련된 기사나 게시글에 온갖 부정적인 글들을 적어내는, 이른바 '혐한'들이 박지성 기사만큼은 우호적이라는 점이 놀랍다. 다른 한국 관련 글에 비해 부정적인 글의 빈도가 훨씬 적다.
있다하더라도 박지성의 욕이 아닌, 한국 욕이 대부분이다.
한일 양국의 국민감정상 상대국에 대한 시기와 질투, 미움이 있기 마련이다. 한국이고 일본이고, 인터넷상에서 상대국을 깎아내리는 댓글은 자주 볼 수 있다. 일본의 혐한 네티즌들도 한국의 그것 못지않다.
이같이 박지성에 대한 반응이 우호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최고명문구단에서 단점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질투하기에는, 그리고 미워하기에는 박지성의 활약이 너무 뛰어나고, 달리 지적할 단점이 없다. 맨유의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인해 주로 교체선수로 출전했던 박지성이 최근 들어서는 큰 경기에 단골로 출전하는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것도 맨유라는 세계 최고 명문구단에서 말이다.
또한, 약점으로 지적받던 공격력도 요즘 들어서는 크게 날카로워졌다. 그가 치른 마지막 경기인 블랙풀전에서는 전후반 60여 분을 뛰고 1골 1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 시즌 27경기 8골 6도움. 올 시즌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두자릿수 골도 노릴 수 있었다.
공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뛰어난 드리블 능력, 정확한 패스, 뛰어난 전술적 움직임과 최근 들어 날카로워진 슈팅 능력, 그리고 본래 장점이었던 빼어난 체력과 피지컬, 수비력, 양발사용 등 축구선수라면 갖춰야 할 자질들을 골고루 갖췄다.
딱 하나 두드러진 것은 없지만, 이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골고루 실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다. 누군가가 박지성을 트집 잡으려해도 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아시아적 미덕을 한몸에 갖추고 있다.
그것은 겸손과 헌신. 그는 언제나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 중 하나며, 별명이 'Unsung Hero'(소리 없는, 찬양받지 못한 영웅)'일 정도로,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다른 선수들을 위해 헌신하는 역할을 해내며 묵묵히 자기 임무를 완수해내고 있다.
이 같은 헌신과 성실함은 아시아인이라면 누구나 손꼽는 미덕이다. 특히 일본팬들은 그의 '겸손함'에 언제나 주목한다.
일본 스포츠지인 '스포츠navi'가 ESPN의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한 27일자 기사 '맨유 박지성, "메시를 혼자 막는 것은 무리다"'를 살펴보면, 박지성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메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다. 수비수 한 명으로 그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라도 안다. 그렇기 때문에 팀 전체가 수비할 필요가 있다. 몇 명의 선수들이 나에게 '너라면 메시를 막을 수 있다'고 했지만, 나 혼자 그를 마크하는 것은 무리다. 즉, 우리들은 팀플레이로 그를 막아내야 한다."
또한, "우리팀에는 위대한 선수들이 있다. 우리팀은 전보다 더욱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박지성 선수의 언사에, 일본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박지성 칭찬릴레이를 선보였다.
"박지성은 겸손해서 존경스럽다"
"상대측의 훌륭함을 깨끗이 인정하는 모습, 멋지다"
"J리그로 와라"
"유일하게 호감 가는 한국인이다"
"분하지만, 플레이, 인격 모두 아시아 최고다"
한국 관련 기사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일본 혐한들조차도 박지성 기사에서는 얌전하다. "박지성은 예외다", "박지성만큼은 인정 안하고 싶어도 안 할 수가 없다"며 칭찬 일색이다. '존경스럽다'는 표현도 자주 눈에 띈다.
도대체 일본 네티즌들이 어떤 한국인에게 이 같은 '존경'이라는 단어를 붙일까. 박지성의 실력과 겸손함은 일본인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일본네티즌들이 박지성에게 호감을 갖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의 프로데뷔 무대가 일본이었다는 점이다.
박지성은 명지대를 거쳐 2000년, J리그 교토퍼플상가에서 프로데뷔했다. 그리고 2002년에 PSV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할 때까지, J리그 교토퍼플상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이 시절에 익힌 일본어를 통해, 요즘도 그는 일본인 기자와는 일본어로 인터뷰하곤 한다.
물론, 이같은 사실을 일본 축구팬들은 잘 알고 있다.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TV프로그램에서 박지성을 집중 조명했고, 이같은 특별 방송 때마다 박지성이 일본어로 인터뷰하는 모습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토퍼플상가 시절에도 그는 매우 헌신적으로 팀에 공헌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교토가 나의 원점이다'라고 밝히곤 해 일본인들이 그에게 큰 호감을 갖게 만들었다.
일본축구팬들은, 박지성의 성장에 일본이 기여했다는 은근한 '자부심'이 있다. 일본 내 축구 관련 게시판 댓글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박지성은 일본이 키워냈다'는 댓글. 일본이 키워낸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더욱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댓글 중에는 '박지성은 아시아인의 자랑'이라는 표현도 자주 눈에 띈다. '탈아입구'를 외치며 은근히 아시아와의 연계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일본인이, '아시아'를 강조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조금은 생뚱맞을 수 있는 '아시아인'이라는 개념이 박지성에게 이처럼 자주 적용되는 것은, 일본에서 프로데뷔한 선수라 일본인에게 매우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일본인의 모습들도, 모두 박지성이 축구선수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박지성은, 아시아에서도 콧대 높기로 유명한 일본인이, 그리고 혐한 사상에 가득한 일부 극성 일본네티즌들이 조금이라도 연관점을 찾으려는 '존경'받는 인물이 돼버렸다.
혐한이 득실대는 일본 인터넷상에서 이 정도로 욕하는 이가 없고, 찬양 일색인 것은 박지성이 그간 해온 행실과 축구 인생이 옳았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지호 기자/ 사진=gettyimagekorea/멀티비츠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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