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김상하의 일본엿보기] 일본의 PC보급율 83.4%의 진실
들과 교류를 하다보면 의외로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 집에 컴퓨터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혹은 집에 컴퓨터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방치 상태로 인터넷 회선조차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응? 집에 컴퓨터가 없다고? 정말이야? 안 불편해?”라고 물어보면 다들 “케타이(휴대폰)가 있잖아”라고 이야기 하곤 한다. 젊은 세대건 나이든 세대건 다를바 없는 반응에 가끔 놀랍기도 하고,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컴퓨터에 이렇다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세대별 PC 보급율은 2011년 3월 현재 83.4%이며, 2대 이상의 PC를 보유한 세대는 76%나 된다고 한다.(출처: 총무성정보통신정책국의 ‘통신이용동향 조사보고서 세대편’) 또 인터넷 이용률은 2010년 4분기 현재 93.8%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 충격적인 것은 이 보고서에 ‘사적인 목적의 인터넷 이용률’이 2010년 4분기 현재 59.4%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이 통계에서만 봐도 회사 이외의 공간, 즉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60%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통계에 비해서는 주변에 너무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적은데,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총무성의 통계가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상파디지털TV 보급율 조사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이기도 한데, 총무성의 조사 방식은 21세기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황당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우선 총무성의 이런 세대별 조사는 80세 이상으로만 구성된 세대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리고 나머지 세대 중에 표본 세대(대개 40~50만 세대 정도)를 지정한 뒤, 그 모든 세대에 전화를 걸어서 조사에 응할 것인지를 물어본다. 여기서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한 세대에 앙케이트 엽서를 보내고, 이 엽서에 답변을 적어서 돌려보내준 세대만을 대상으로 통계가 작성된다.
최근 문제가 커져서 반대 단체가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지상파 디지털TV의 보급율 조사의 경우 우선 80세 이상으로만 구성된 세대를 제외한 뒤(약 400만 세대) 무작위로 선출된 41만8000세대에 전화를 걸었고, 이 중 26만 세대가 회답을 거절했다. 회답을 약속한 1만9000세대에 조사표를 보냈고, 이 중 응답이 돌아온 1만3000세대를 대상으로 산출한 결과였다.
그렇게해서 총무성이 2011년 3월10일에 발표한 지상파 디지털 TV 세대 보급율은 94.9%였지만,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은 물론 일본 정부에서도 이 수치를 믿지 않는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일본의 실제 지상파 디지털TV 보급율은 80%를 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PC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2010년에 발표된 조사 결과가 어느 정도 규모의 세대를 대상으로 해서 몇 %나 회답이 돌아왔는지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2003년 조사에서 회답율은 엽서를 보낸 세대 중 52.4%였다. 지상파 디지털 TV보다 훨씬 낮은 회답율을 보여주는 이유는 대게 이런 조사에 회답을 보내는 세대가 포지티브한 결과를 보이는 세대라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어차피 없는 사람은 회답을 보낼만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지상파 디지털TV의 회답율 68.4%가 실제 지상파디지털TV 보급율에 가까울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일본의 현재 실질적인 PC의 세대 보급율은 60%에도 다다르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적인 목적의 인터넷 이용률이 59.4%밖에 안 되는 것이 그런 추론을 뒷받침 해준다.(여기에는 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 사용이 포함되어 있다)
더 심각한 것은 20대나 30대 초반의 PC 보급율을 조사하게 된다면 더욱 처참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의견이라는 점이다. 10대들의 인터넷 평균 이용 시간이 10분도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처럼 지금 일본의 젊은 세대는 PC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대부분 PC가 아닌 휴대폰(스마트폰이 아닌)으로 이용한다.
실제로 필자의 동년배 일본인 친구들(30대 초중반)의 PC 보급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친구 2명에게 필자가 사용하던 제법 쓸만한 사양의 PC를 그냥 줬지만, 그 중 한 명은 2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직 전원조차 넣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쉽게 납득할 수 없겠지만, 실제로 이런 현상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유튜브다. 유튜브의 동영상 재생횟수 옆에 있는 그래프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해당 동영상에 대한 자세한 통계가 나온다. 특히 리퍼러 데이터는 조금 충격적이기까지 한 수치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현재 일본 최고의 아이돌인 AKB48의 최고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헤비로테이션’의 공식 뮤직비디오는 총 재생횟수가 약 3600만회 정도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이 중 900만번 정도가 휴대폰에서 재생되었다. 게다가 가장 많이 재생한 연령층도 35-44세 남성, 45-54세 남성, 25-34세 남성 순이다.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인 대상의 동영상은 어느 것이든 리퍼리 1위는 ‘휴대폰에서 처음 재생’이다.
가끔 일본인 친구들에게 PC가 없는게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오히려 그런 질문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 어차피 휴대폰으로 모든 걸 할 수 있고, 오히려 휴대폰이 더 개인정보 보호가 잘 되기 때문에 굳이 PC는 필요가 없다고들 한다. 위 총무성의 인터넷 이용률 조사도 휴대폰에서의 인터넷 이용을 포함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필자 역시 일반 휴대폰과 아이폰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데, 가끔 일본 친구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느낄 때가 있다. 휴대폰이 없으면 못하는게 너무 많다. 휴대폰이 없으면 결제가 안 되는 사이트도 있는가 하면, 가입조차 안 되는 곳도 있고, 몇몇 친구들은 휴대폰이 아니면 메일을 보내도 못 받는 경우도 많아서 몇번이나 일반 휴대폰을 해약하려고 하다가도 계속 사용하게 된다. 갈라파고스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일본은 역시 모바일 대국이다.
글 | 김상하(프리 라이터)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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