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하진 기자] 786일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린 넥센 히어로즈의 심수창이 그간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심수창은 10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들과 잠시 만남을 가졌다. 전날 승리에 대한 기쁨 때문인지 심수창은 한결 밝아진 모습으로 덕아웃에서 취재진들을 대했다.
그동안 심수창은 불명예스런 기록 때문에 힘든 시간을 겪었다. 길을 걸어가다가도 팬들이 자신의 이름 대신 '18연패다'라며 수근거리기도 했고 생판 모르는 사람이 '힘내세요'라고 격려를 하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런 그를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심지어 "이제 야구를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권하기도 했다. 지고 들어올 때마다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야구를 그만 두라는 권유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도 나중에는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라며 용기를 줬다.
이 같은 믿음으로 심수창은 끝까지 도전했고, 결국 승리를 거두게 됐다. 참으로 힘든 1승이었다. 특히 이 승리는 팀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심수창은 "7회까지 소화한 후 마운드에서 내려왔을 때 김성태가 '이미 네 손을 떠난 것이니까 이제 우리에게 맡겨라'며 다독여줬다"고 말했다.
김성태 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마무리로 등판한 손승락은 수시로 덕아웃을 바라보며 심수창의 표정을 살폈다. 심수창은 "9회 무사 1,2루의 상황이 왔을 때 손승락이 내 얼굴을 보더니 '어깨가 빠지더라도 막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결국 손승락은 이같은 의지로 심수창의 승리를 지켜줬다.
경기가 끝난 뒤 다른 팀 동료들은 물론 지인들의 축하 인사들이 쇄도했다. 그 중 한 지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라며 오히려 고마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수창은 "이번 승리로 절실함을 배운 것 같다. 지려고 던져도 18연패는 쉽지 않은 기록 아닌가. 지금은 홀가분하다. 앞으로 또 18연패 하려면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넉넉한 것 아닌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간 언론 매체의 인터뷰를 피해왔던 그였지만 의외로 심수창의 입담은 생각보다 유창했다. 전날 생각보다 길어진 수훈선수 인터뷰도 "2년만에 해봐서 언제 끝내야 하는지 몰랐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심수창은 "이제는 많은 관중들 앞에서 그라운드를 밟는 것 만으로도 영광이다"라며 "넥센이 많이 떠야해요. 팀의 진심을 많이 느꼈다"라며 환히 웃었다. 이제는 완전히 '넥센맨'이 된 심수창이었다.
[넥센 심수창. 사진 = 넥센 히어로즈 제공]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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