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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용병도 내 팀의 선수다"
18일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리는 목동구장. 김시진 감독은 덕아웃으로 나와 취재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김 감독을 지켜보는 한 시선이 있었다. 바로 넥센 용병 타자 코리 알드리지였다.
알드리지는 김 감독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감독이 자신을 바라보자 한국말로 "뭘 봐?"라고 말했다. 이런 알드리지를 향해 김 감독은 기가 찬 듯이 웃었다. 하지만 이내 알드리지는 감독 곁으로 와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서투른 한국말을 몇 개 던지면서도 김 감독에게 어려움 없이 대하는 모습이었다. 원래 알드리지가 넉살좋은 성격이긴 하지만 용병이 팀에서 감독을 격의 없이 대하는 것을 보는 것은 드물다.
김시진 감독은 이에 대해 "나는 용병도 똑같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알드리지가 처음 팀에 왔을 때도 '항상 내 문은 열려 있다. 노크해라'라고 말했다. 시즌 초 알드리지가 성적을 내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감독이 너를 믿고 뽑은 선수다. 스트레스 받지 마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당시 알드리지도 김 감독과의 면담이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이런 김 감독은 가장 생각나는 용병으로는 클리프 브룸바를 꼽았다. 넥센의 전신인 현대 시절 2003년 첫 인연을 맺은 브룸바는 2005~2006년 일본 무대로 잠깐 외도하긴했지만 5년간 함께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던 선수였다.
김시진 감독은 "당시 일본에서 실패했을 때 내가 다시 데려왔다"며 뒷 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용병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던 날. 이날 경기에서 넥센은 용병 투수 나이트의 호투로 4연패에서 벗어났다. 경기 후에도 용병에 대한 김시진 감독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선발 나이트가 아주 좋은 피칭을 했다. 최근 나이트가 던질 때마다 득점 지원을 못해줘서 패한 경기가 많았는데 오늘은 집중력있게 해서 나이트가 승을 추가할 수 있었다"며 "나이트가 우리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팀의 선발이고 의존하는 바가 큰만큼 본인이 느끼는 부담이나 책임감도 크다. 항상 꾸준히 좋은 활약을 해주어 고맙다"고 전했다.
비록 용병일지라도 내 팀의 선수라고 생각하고 대하는 것. 김시진 감독의 용병 선수들을 대하는 철학이었다.
[넥센 김시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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