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인턴기자] 2008년 당시 20세, 프로 3년차에 불과했던 김현수는 타율 .357를 기록하며 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 타격왕이 됐다. “스트라이크는 칠 수 있는 공이다”고 말했던 이 당찬 신예는 실제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모든 공을 안타로 만들어냈다. 기계처럼 김현수의 스윙은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을 따라갔고 타구는 외야를 향해 뻗어 나갔다.
“덩치가 아깝잖아요. 꼭 홈런 타자가 되고 말 겁니다.”
김현수는 타격왕 자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9개에 그친 홈런에 불만을 표했다. 꾸준히 최고 타자들의 타격폼을 연구했고 자신의 신체를 살려 더 멀리 타구를 날리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 김현수는 지난 시즌보다 무려 14개가 많은 2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파워와 정확성은 반비례한다. 그런데 2009년 김현수의 타율은 2008년과 똑같은 .357였다.
많은 이들이 흥분했다. 장효조와 이승엽의 뒤를 이를 또 하나의 대단한 좌타자가 나타났다고 했다.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린 나이지만 베이징 올림픽, WBC 등의 국제무대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맹타를 휘둘렀다.
2010년. 3년 만에 왕좌에 오르는 해가 될 것 같았다. 개막부터 팀의 4번 타자가 됐고 30홈런 돌파란 목표를 가지고 배트 무게를 880g에서 920g으로 늘렸다. 홈런을 위해 스윙폭은 물론 전체적인 타격 동작도 크게 가져갔다. 전문가들은 시즌 전 2010년 MVP로 김현수를 지목했다. 타격왕과 홈런왕을 동시에 석권하는 압도적인 좌타자가 탄생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고 김현수의 변화도 실패로 돌아갔다. 정확도가 떨어졌고 기대했던 장타력도 하락하고 말았다. 2009년 .589였던 장타율은 .531로 감소했다. 성장통이었다. 김현수는 2010년 타율 .317 24홈런을 기록했다. 분명 A급 타자의 성적이지만 김현수이기에 만족할 수 없다.
올해도 성장통은 계속되고 있다. 타율 .303는 2008년 이후 최저이고 홈런도 이제 10개를 때려냈다, 모든 면에서 지난 3년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절대 절망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여전히 홈런왕을 마음에 품고 끝없이 자신과의 싸움에 임한다.
“성적이 떨어졌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아직 어리며 여전히 배우는 과정에 있다. 아직 발전할 게 더 많다.”
김현수는 긍정적으로, 그리고 진지하게 야구에 임한다. 그래서 도전에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난다. 멘탈 게임인 야구에서 김현수는 신체조건 만큼이나 타고난 정신력을 지니고 있다.
18일 LG전에서 결승 투런 홈런을 날려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김현수는 “한창 좋았을 때인 2009년 생각을 하면서 타격 폼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금까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우직한 타격폼을 유지하려고 한다, 오히려 이게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 같다”며 홈런왕을 향한 재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홈런왕의 탄생은 예상보다 조금 늦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제 겨우 만 23세. 홈런왕을 향한 김현수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두산 김현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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