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김성근 경질' 여파는 코치진에도 있었다. 18일 오후 SK 구단이 김성근 감독의 퇴진을 발표하자 이후 6명의 코치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홍범 1군 수석코치, 박상열 2군 투수코치, 이광길 2군 주루 겸 수비코치 등 대표적 '김성근 사단' 인물은 물론이고 타시로 토미오 1군 타격코치, 후쿠하라 미네오 2군 수비코치, 고바야시 신야 2군 타격코치 등 3명의 일본인 코치도 김성근 감독과 운명을 같이했다.
이쯤해서 의아한 부분이 한 가지 있다. SK 경기를 보다보면 언제나 볼 수 있는 얼굴, 가토 하지메 투수코치가 명단에서 제외돼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본인 코치가 한 시즌 혹은 두 시즌만 지난 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과 달리 가토 코치는 '김성근 사단'의 핵심인물과도 같은 코치이기 때문이다. SK는 이날 오후 발표한 1군 코칭스태프 변동 사항에서 가토 코치를 1군 투수코치로 올렸다.
언제나 무뚝뚝한 인상으로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를 향해 다가가는 가토 코치는 일본에서 현역 시절에도 별명이 '철가면'이었다. 1972년 니시테츠 라이온즈(현 세이부)에서 데뷔한 이래 1976년부터 1990년까지는 일본을 대표하는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다.
1972년 신인왕에 올랐으며 1976시즌에는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스타전에도 6차례나 나섰다. 지금도 도쿄를 지나다니면 올드 야구팬들은 가토 코치의 얼굴을 어렵지 않게 알아본다. 일본 프로야구 통산 141승 113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했다.
가토 코치는 2002년 LG 투수 인스트럭터를 통해 김성근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5년에는 조범현 감독 시절에 SK에 몸담았으며 김성근 감독이 SK에 부임한 2007년부터는 줄곧 SK 투수코치를 맡았다. 어느 코치보다 김성근 감독과 함께한 그이기에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은 미스테리다.
SK 구단 관계자 역시 "김성근 감독님이 떠난 이후 가토 코치와 세리자와 유지 코치가 가장 먼저 사퇴 선언을 할 줄 알았다"고 속내를 털어 놓기도 했다. 1군 배터리 코치를 맡고 있는 세리자와 코치는 김성근 감독 경질 후 2군행을 요청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김성근 감독의 요청이다. 김 감독은 경질 이후 "남은 선수들이 걱정되기는 한다"고 밝혔다. 2007시즌 이후 줄곧 SK 투수진을 봐왔던 그만큼 팀내 투수들을 잘 아는 코치도 드물다.
가토 코치 역시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김성근 감독의 적극적인 만류로 이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토 코치는 거취를 결정하기 위해 하루간의 시간을 구단에 부탁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때문에 현재까지는 '미스테리'인 가토 코치의 잔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당연한' 가토 코치의 사퇴로 변할 수도 있다. 혹은 세리자와 코치와 마찬가지로 1군 대신 2군에 머무는 중재안이 나올 수도 있다. 만약 김 감독의 경질에 이어 SK 투수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가토 코치까지 떠나게 된다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는 SK 역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SK 김성근 전 감독(왼쪽)과 가토 하지메 코치. 사진=마이데일리DB,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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