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인턴기자] 신고선수 입단, 두 번의 트레이드,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최전성기.
후반기 타율 .419. 최근 그 누구보다 한화의 유격수 이대수(30)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가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체력 보강 및 장타력 강화를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에 매진하더니 올 시즌 첫 10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장타력을 뽐냈다. 그리고 후반기에는 마치 기계처럼 안타를 기록하는 중이다. 이대수가 올 시즌을 자신의 최전성기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대수의 야구 인생은 야구만큼이나 극적인 드라마다. 10년의 프로생활 동안 2군 선수부터 팀의 주역까지 바닥과 정상을 쉬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했다. 추락은 너무나 빠르고 쉽게 찾아오지만 도약은 절대 쉽지 않다.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고 움직이며 노력해야 한다. 이대수의 야구인생이 그렇다.
고교 졸업 후 쌍방울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팀은 해체됐다. 새로 창단한 SK가 쌍방울 선수들을 승계했지만 신고선수에 불과한 이대수가 승계선수 명단에 포함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선수를 향한 꿈을 놓지 않았다. 결국 당시 이건열 SK 타격코치의 눈에 띄어 SK에 입단했고 이후 2군 무대에서 부단히 노력했다. 프로선수치고는 왜소한 체격에 한 시즌을 버틸만한 체력도 부족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6년 비로소 SK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했다. 수비만 잘해도 본전이라는 유격수 자리에서 타율 .253 98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그렇게 1군 무대에 정착하는 듯싶었다.
역경과 한희는 이듬해에 정신없이 반복됐다. 2007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 이대수는 부상 속에서도 부단히 훈련에 임했지만 어렵게 얻어낸 주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SK의 주전 유격수는 정근우가 됐고 이대수는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곧바로 빛이 찾아왔다. 2007년 4월 29일 손시헌의 군입대로 유격수 공백을 앓던 두산에 트레이드됐고 이대수는 두산의 주전 유격수가 됐다.
이대수는 곧바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두산 내야진을 진두지휘했고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친정팀 SK와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근데 몸상태가 문제였다. 한국시리즈 이전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왼쪽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두산 내야진에는 적색경보가 울렸다. 그래도 마냥 벤치에 있을 수는 없었다. 한국시리즈 2차전 출장을 감행했고 이를 악물고 홈으로 질주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득점을 올렸고 두산은 이대수의 투혼에 힘입어 시리즈 2연승을 달렸다.
한국시리즈 원정 1, 2차전을 모두 잡은 팀의 우승확률은 100%였다. 거기에 이대수의 부상 투혼으로 두산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홈에서 펼쳐지는 3경기 중 2개만 잡아내도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한다.
하지만 3차전부터 모든 게 무너졌다. 한국시리즈 3차전 6회초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졌고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그리고 이대수는 한 이닝 세 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역대 한국시리즈 한 이닝 실책 최다 기록이란 불명예를 속에 팀은 1-9로 대패했다. 시리즈 터닝포인트였다. 이후 두산은 내리 3경기를 내주며 우승에 실패했다.
비록 우승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이대수는 2008년에도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특출나진 않아도 주전 유격수를 맡기엔 모자람이 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2009년 손시헌이 복귀하자 이대수는 다시 자리를 잃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4년 만에 다시 2군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9년 2군 선수로 일 년을 인내하자 결과를 얻었다. 한화로 향하는 두 번째 트레이드가 찾아온 것이다. 최하위 팀이지만 그만큼 이대수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2010년 한화 한대화 감독 역시 “이대수의 역할을 팀의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탄탄한 수비력은 대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이대수는 단 5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8개 구단 주전 유격수 중 가장 안정적인 수비력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올 시즌. 만 서른 살이 된 이대수는 새로운 환희를 맛보고 있다. 이전까지 단순한 주전 유격수였다면 이제는 정상급 유격수로서 골든글러브를 바라보는 위치에 올라섰다. 30일 현재 이대수는 8개 구단 유격수 중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내면서 가장 높은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소 실책 부분에선 김선빈에 이은 2위다. 팀 성적이 아쉽지만 이대수의 후반기 기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면 골든글러브 수상도 가능하다.
누구에게나 역경이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역경 후 이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느냐다. 이대수의 야구인생이 더 주목받고 알려져야 하는 이유다.
[한화 이대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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