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1선발로 나선 김광현이 조기 강판됐기 때문이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김광현에 대한 무한 믿음을 드러냈고, 이날 경기에 앞서 그는 "김광현이 최대한 길게 던지면서 무실점투를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행은 "투구수는 100개에서 110개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일단 (김)광현이에게 최대한 공격적으로 던지라고 전했다"며 기대에 찬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광현은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3⅔이닝동안 8피안타 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4실점하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돌이켜보면 지난 8일 문학구장서 열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그는 KIA 타자들을 상대로 4⅔이닝 4피안타 0탈삼진 3사사구 1실점을 기록했다. 5회에 2아웃을 잡기까지 여러 번의 위기를 맞으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그나마 고무적이었다.
두 번의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김광현이 호투하지 못한 가장 큰 문제는 제구력이다.
빠른 볼과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김광현은 두 구종의 컨트롤이 경기 운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날 김광현의 직구 최고구속은 148km가 나왔고, 슬라이더의 경우 130km중후반대를 찍으며 좋은 빠르기를 구사했지만, 문제는 제구였다.
직구, 슬라이더가 모두 높게 오거나, 슬라이더의 경우 볼 끝이 둔한 탓에 휘어지는 각도 밋밋해 롯데 타자들이 공략하기 좋은 공이 됐다. 더구나 슬라이더와 직구를 살리기 위해 보여주는 공으로 구사하는 커브 또한 자기 컨트롤을 가져가지 못해 오히려 위험한 공이 됐다.
1회말 김광현이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맞은 홈런도 130km짜리 슬라이더가 높게 제구된 공이다. 2회 2사 조성환이 때린 우전안타와 김주찬의 중전안타도 각각 140km후반대 높게 제구된 직구였으며, 특히 김주찬의 적시타는 몸 쪽으로 몰린 공이었다. 계속된 실점 위기에서 그는 후속 타자 손아섭을 상대로도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형성되며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1타점 안타를 맞아 총 3실점했다.
김광현의 실점은 4회말에도 계속됐다. 그는 2사 1,2루 전준우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고 결국 마운드에서 벤치로 발길을 돌렸다.
팀은 선발 김광현이 일찍 강판되면서 이영욱-박희수-정대현-엄정욱-정우람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풀가동했다.
제구력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광현은 이날 총 85개의 공을 던지면서 이닝당 26.5개를 기록했다. 그가 정규시즌 14경기에서 평균적으로 이닝당 17.6개, 경기당 90.1개의 공을 뿌렸던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수치다.
선발 김광현의 부진에도 SK는 타선의 집중력과 견고한 수비로 플레이오프 1차전서 값진 1승을 올렸다. 앞으로 SK가 롯데를 상대로 2승을 추가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김광현의 역할은 지금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더구나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로 선발진 부족으로 허덕이는 SK는 1차전 선발이 때에 따라 5,6차전 정도에 한번 더 마운드에 올라 줘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플레이오프에서도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다면 김광현의 5차전 등판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러기에 현재 SK 1선발인 김광현이 얼마만큼 제 컨디션을 찾느냐에 따라 팀 포스트시즌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광현은 지난 7월 12일 일본에 있는 베이스볼클리닉에서 2주 동안 투구 밸런스와 신체 유연성에 관한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후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3일 삼성전에서 4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의 쾌투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금 팀에게는 그때의 김광현이 필요하다. 마운드 위에서 제대로 된 컨트롤을 가지고 자신의 공을 던질 줄 아는 김광현 말이다.
[SK 김광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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