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석민의 은좌극장]
꼬라지: 1-[명사] '꼬락서니'의 방언 (전라,경상,경기)
2-[명사] '성깔'의 방언 (전남)
3-[명사] '꼬리'의 방언 (황해)
이글은 '꼬라지'의 건조한 '사전적 해석'을 바탕으로 구성된, 비꼬는 것도 아니고 응원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글입니다.
1. 멀고 먼 옛날 옛적,
'흔들어주세요~' tv속, 예쁜 누나들이 일제히 '써니텐'을 흔들어대면, 왜? 아줌마 아저씨는 실실 웃어대고, '비비빅- 큰 게 좋더라!'는데, 왜? 옆집 누나는 먼 산보고 얼굴 빨개지는지- 우리의 순진한 '어린느무시키'는 절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순간!!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리며 어느새 '발랑 까진 알만한 놈'으로 변신한 '어린느므시키'!!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 있었으니, 이름하야...'울퉁불퉁 못생겨도 맛은 좋아! 매치매치바!!'
필자는 눈치코치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다들 아는 것에서 소외될 때가 종종 있지만, (그래서 그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신기하게도 몸이 알아채는 경우가 있다. 바로 섹스어필 광고다. 광고야 대 놓고 물건 팔아먹겠다는 '수작질'이니, 그 선명한 목적답게 인간의 사회적 관습과 타성 뿐만 아니라 동물적인 욕정까지 예리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또 그 선명한 목적은 고객반응으로 그 성패가 판가름 나니, 세탁기 광고인 '새댁은 좋겠수~잘 빨아줘서'나, 과자 광고인 '촉촉해요'를 그냥 말장난이 아닌 고도의 전략으로 칭송하게 한다.
오늘 선택한 두 영화는 험난한 관객반응을 맛보고 나름의 성적표를 받아본 영화다. 초장부터 영화를 광고와 '비교질'한 이 덜떨어진 시도는 좀 민망하긴 하지만서도, 그래도, 이야기를 풀기위한 밑밥이니, 여러분을 낚기에는 나쁘지 않은 시도 아닌가? 어떤가?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이렇게 시작하는 영화들은 관객들의 신뢰를 손쉽게 확보하고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소위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화' 때문에, 마치 잘생긴 엄친아를 옆에 끼고 미팅에 나가는 것과 같이, 계속 '비교질' 당하는 고역을 치르게 된다. 따라서 영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발굴실화를 선택하든가, 잘 알려진 실화지만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후벼내던가, 또는 말 그대로 실화는 그냥 바탕으로 깔아뭉개고, 창작과 다름없이 신나게 비튼 형태로 큰 틀을 잡든가, 어떤 식으로 든 실화를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준비하고 장착하게 된다. 결국, '실화를 업은 영화' 즉, '어미를 업은 자식' 은 험난한 여정을 마치고 마지막엔 어미를 죽여야 하는 비극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장의 (동양인) 독일군 사진에서 시작한 '마이웨이'는 누가 승리를 하였을까? 실화? 영화? 필자는 이 영화를 실화로 보지 않는다. 몇 백 명의 증언으로 구성된,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시간대별로 부상자와 사망자까지 기록한, 그래서 징그럽게 집요한 '블랙호크다운'의 각본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쟁을 무대로 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기에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진 부분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포레스트 검프'처럼 신나게 비튼 설정도 아니고, 그렇게 열심히 업고가 장동건으로 탈바꿈시켜 살려놓기까지 한 오다기리 죠는 남자이니 애절한 로맨스도 없고, '아~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아~' 클라이맥스는 그렇게 되어 버렸다.
전대미문의 놀라운 프로야구의 명승부를 극화한 '퍼펙트 게임'는 그렇다면 실화를 이겼을까? 필자의 결론은 '비겼다'이다. 영화에서 언급되었듯이 어차피 프로야구는 지방색이 강한 스포츠이며, 또 멀지않은 가까운 추억이니 야구의 룰만 알고 있어도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 다함께 더듬을 수 있는 좋은 사이즈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쏟아져 나오는 실명만으로도 실화의 신뢰감이 가득해진다. 좀 더 나갔어야 했다. 필자의 눈이 번쩍 뜨이며, 기대감에 설레였던 장면이 있다. 바로 선동렬과 최동원의 맞대결이 가능한 것을 발견한 신문사씬이다. 번쩍이는 번개와 천둥소리로 오버를 한 그 장면의 설레임은 이후, 계속 되었어야했다. 비록 만화처럼 황당해지더라도 말이다. 원래 추억이란, 이리저리 살이 붙어 손바닥만 한 붕어가 고래만해지는 게 아니던가.
자, 보통은 이 정도에서 후다닥 치고 빠져 밑천을 들키지 않는 필자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글을 조금만 더 늘어놓고 빠지겠다.
'마이웨이'의 장동건은 한쪽 눈이 허옇게 뒤집어 질 정도로 전쟁 통에서 생생하게 망가지며 피범벅과 검댕이로 온몸을 더럽힌다. 그런데 왜? 영화를 보고난 필자의 기억 속에선, 장동건이 영화 내내 마치 진흙탕 속에서도 새하얀 백구두와 새하얀 양복을 하나도 더럽히지 않은 것처럼 어울리지 않게 말끔했다고 착각하는 것 일까?
김인권이 분한 종대의 케릭터를 장동건이 분한 준식의 캐릭터에서 분리하지 말고 그대로 뭉쳐 두었으면 하고 혼자 아쉬워해본다. 매치매치바는 울퉁불퉁 못생겨서 맛이 좋은 거다.
<독립영화 감독 dolmean@hotmail.com>
[사진 = 영화 '마이웨이'(위 사진)와 '퍼펙트 게임'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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