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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수애(31)는 지난 한해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SBS 월화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으로 액션연기에 도전했고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는 알츠하이머를 앓는 한 여성의 삶을 대변했다. 이러한 점은 수애를 배우로 한단계 성장시켰다.
우아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아왔던 수애는 지난해 말 아픈 감정을 연기했다. 그녀는 '천일의 약속'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서연을 연기했다. 시청자들은 육체적 고통이 아닌 기억을 잃어가는 고통과 공포를 때로는 절제된 심정으로 때로는 폭발적으로 표현한 수애에게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12일 오후 서울 장충동 한 호텔에서 만난 수애는 그간 인터뷰에서 '치열하다'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 무엇보다 치열하게 서연이 되었던 수애는 그만큼 치열하게 연기했고 고민도 많았다.
"알츠하이머 아픔, 몸이 아닌 눈빛으로 표현했어요"
"대본을 받았을 때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몸소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어요. 연기를 하면서는 세상, 자신과의 싸움, 세상과 이별하는 눈빛 등 고충들을 몸으로 표현하는게 아니라 눈빛으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어요. 편하게 갈 수 있는 장치는 많은데 애처롭고 안타까운 모습은 원치 않았어요.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 더 아플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디테일한 표현들을 살리고자 노력을 많이 했어요."
'천일의 약속'은 알츠하이머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기억을 잃어가는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치매환자에게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자극적인 장면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애의 부담감은 더 했을 것이다. 그녀는 눈빛, 몸짓 하나하나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서연이는 자존심이 강한 캐릭터였어요. 병을 받아들였을 때 현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였을 때의 상처 등을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었죠. 그래서 '나는 이서연이다'라는 대사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자존심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신들이 있었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천일의 약속'은 스타작가 김수현이 집필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는 극 전개, 인물의 감정변화 등 모든 구성면에서 김수현 작가 특유의 색깔이 묻어났다.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감독이 수애에게 주문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감독님은 언제나 제 편이었어요. 초반 주저하고 고통받을 때마다 '너무 힘든 신이야'라고 설명해주고 같이 싸워주셔서 든든했어요. 작가 선생님과는 대본으로 소통했어요. 선생님은 서연을 통해 치열하게 싸우고 치열하게 사랑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셨어요. 대사전달, 정서적 느낌에서 이서연은 말이 빨라야 하고 감정전달이 폭발적이어야 하는데 저는 감정을 누르고 절제하고 내면적인 표현을 많이 한 것에 약간 차이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항상 '치열하게 싸우고 치열하게 사랑해주세요'라고 주문하셨어요."
서연은 '천일의 약속' 마지막회에서 죽음을 맞았다. 서연의 죽음은 서연답게 그려졌다. 그녀는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결국 남편 박지형(김래원 분)의 품에 안겨 다 잊어버렸다는 표정을 보여주고 죽음을 맞았다. 서연이 죽는 과정은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았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수애는 결말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서연을 보호해주고 자존심을 지켜준 것 같아 감사드려요.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에서 여러가지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친절하게 보여드릴 수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서연은 감추고 극복해내려고 했던 캐릭터였어요.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고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자존심만은 잃지 않았죠. 결말은 서연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줬던 것 같아요"
[수애.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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