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절정의 인기 한국 상품들. Bashing가 시작되려고 하는가?
한류 붐이 절정을 이루면서 한국 연예인뿐만 아니라 각종 한국 문화가 일본에 유입되어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버블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 음식과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화장품은 지금 일본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새로운 아이템만 발굴해서 올리면 불티나게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있다. 그런데 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요즘 일본 언론의 분위기가 조금 심상치 않다.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게 된 계기는 인기 미용 연구가인 IKKO가 한국의 BB크림을 소개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IKKO는 미용 상품에 대해서 영향력이 강한 인물인데, 후광 효과가 강한 일본은 그런 권위 있는 유명인의 추천만으로도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데 그 붐을 버블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사실 일본의 조금 특수한 인터넷 쇼핑몰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매우 독특한 유통 문화를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이야기되는 것이 미국의 캐쥬얼 브랜드 아베크롬비&피치(Abecrombie&Fitch, 일명 ‘아바쿠로’)이다. 2009년에 긴자에 매장이 생기면서 첫날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개장 전부터 줄을 서며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아바쿠로 긴자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대게 몇만 엔 단위로 매우 비싸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아바쿠로 브랜드의 아이템 평균 가격은 36.69달러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상품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라쿠텐 등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1만엔 정도의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그런 라쿠텐에서 1만엔 내외에 판매되는 상품들은 대부분 판매자가 직접 미국의 매장을 찾아가 대량으로 구매해오는 물건으로 병행수입 상품이다. 미국에서는 누구나 쉽게 도매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량만 맞추면 충분히 싸게 물건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병행 수입품의 가격도 사실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다. 그런데 긴자의 매장에서는 그 몇 배의 가격에 물건을 팔고 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매장에서 물건이 팔리는 이유는 일본 특유의 유통 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물건을 유통 시킬 때 보통 마진을 50% 정도로 잡는데, 이것은 전통적인 일본의 영업 방식을 적용했을 때 영업 사원이 각종 거래처를 돌고 접대를 하는 등의 비용까지 모두 적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할 때의 코스트를 그대로 적용하는데, 이것은 그렇게 해야만 그 시스템 안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생계가 지켜진다는 사고 방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수입품 판매에 있어서 암묵적으로 가격 단합을 하게끔 되어 있다. 그것도 매우 높은 마진을 적용해서 말이다. 그래서 쉽게 가격 파괴가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이다. 소비자들 역시 어느 정도 이러한 시스템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다.
이것은 의류건 식품이건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상품에 적용되는 논리인데, 외국 유통 업체들이 일본에 들어왔다가 참패하고 떠나게 되었던 큰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 화장품은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한국 화장품은 이러한 암묵적 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왜냐면 이런 한국 화장품을 인터넷에서 병행 수입해서 파는 업자들 대다수가 개인 업자이며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룰을 지켜줄 의무 따위는 없을 것이다. 룰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 이전에 그런 암묵적 룰의 존재 여부조차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한국 화장품들의 가격은 일본 업자가 정상적으로 수입해서 판매를 할 경우에 적용되는 최소 가격을 한참 밑돌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일부 유명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드럭스토어에 조차도 제대로 상품이 들어가 있지 않다.
잘 팔리니까 무엇이 문제냐? 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 룰을 무시한 채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는 달팽이 성분 크림들의 경우 일본의 영양 크림이나 마스크 팩 시장을 거의 잠식해가고 있다. 요즘 일본 TV에 흘러 나오는 화장품 광고에서 기초 화장품과 영양 크림 계열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만 봐도 이런 현상은 쉽게 감지된다. 이런 현상은 제조사뿐만이 아니라 유통 업체나 광고 대리점에게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한국 화장품 메이커는 TV 광고를 안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할 이유도 없고 말이다.
그럼 이제부터 대대적인 배싱(bashing)이 시작된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그런 시스템으로 유지되어 왔다. 전체의 이익을 위협하는 외부 요인은 철저하게 제거하는 수순으로 사회 시스템이 동작하게 되어 있다. 이때부터는 똑같이 일본 사회의 암묵적 룰에 동참하는가, 저항하다가 뿌리 뽑히는가의 선택만이 남게 된다.
요즘 들어 일본 여성지나 각종 상품 정보지 등에 유난히 늘어난 것이 한국 화장품의 인기에 비해서 안전성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내용의 기사다. 특히 공격 대상이 대부분 달팽이 성분 크림에 맞춰져 있다. 논리도 대부분 비슷한데, 달팽이는 원래부터 기생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식 달팽이라고 해도 기생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는 식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서 한국 화장품 붐을 주도한 특정 인물들의 이름을 적고 그들이 메이커로부터 일정 이상의 대가를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기사쯤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잡지의 사회면 흑백 페이지 한 토막으로 끝나던 것이 점차 비중이 커지게끔 되어 있다. 대게 이런 기사 아이템 하나를 잡으면 장기간에 걸친 조사 끝에 특집으로 한 번 터트리고,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그동안 모아왔던 자료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이 일본 언론의 방식이다. 대부분 연예인이나 기업이 속된 말로 ‘한방에 훅 가는’ 시나리오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런데 지금 한국제 화장품들은 조금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수십 개의 상품 중 단 하나라도 무언가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상품 카테고리 전체가 규제를 받게 된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시나리오와 대책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지금 잘 팔리는 데 대한 환희만이 가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기우였기만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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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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