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하울링'이 특이한 점은 거친 질감의 수사극과 유하 감독 특유의 정서가 마블링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유하 감독은 전작 '말죽거리 잔혹사'와 '쌍화점', 그리고 더 거슬러 '결혼은 미친 짓이다'까지, 인간 내면의 정서를 비틀면서도 따뜻한 색감은 잊지 않았었다. '하울링'에서도 이는 예외는 아니다.
말이 수사극이지, 유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곁들여 "가족의 따뜻함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는 많았지만, 가족의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었다. 혈연주의의 배타성, 가족 에고이즘에 대해 반성하는 영화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다가 이 작품을 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하울링'은 잔혹한 늑대개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여형사 차은영(이나영 분)과 조상길(송강호 분)에 대한 묘사에서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은영은 형사라는 직업을 이해해주지 못하던 남편과 이혼한 돌싱이었으며, 상길 역시 직업 탓에 가정을 지킬 수 없었던 무능한 가장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부서진 가정의 틈새를 보여주며 영화는 가족에 대한 정의를 되묻는다. 여자가 힘들게 형사일 하지말고 결혼해서 살라는 주변의 충고에 은영은 "왜 그렇게 살아야되죠?"라고 반문하는 장면이 하나의 예다.
비단 은영과 상길 뿐 아니라 늑대개의 인생을 통해서도 가족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유하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개와 정아(남보라 분)가 밥상을 같이 놓고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이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우리 사회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는데 타자로서의 어울림과 교감이 가족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더불어 인류평화를 가져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늑대도 개도 아닌, 늑대와 개의 불균형적인 조합으로 만들어진 늑대개라는 존재 자체도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러나 수사극 장르의 특성과 가족에 대한 물음, 더불어 청소년 성범죄와 기득권의 비리 등 여러가지 소재를 한꺼번에 다루다보니 유하 감독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정신은 약화됐다. 개봉은 16일. 늑대개 연쇄살인사건임에도 15세 관람가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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