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고동현 기자] '초구, 첫 타자, 첫 이닝'
SK 와이번스와 니혼햄 파이터스의 연습경기가 열린 22일 일본 오키나와 나고 시영구장. 기자와 경기를 함께 지켜보던 잠수함 투수 박종훈은 김태훈이 불펜에서 몸을 풀자 "불펜에서는 공이 완전 느리다가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달리진다"고 말했다.
박종훈의 말 그대로였다. 마리오 산티아고에 이어 5회부터 등판한 김태훈은 1이닝동안 상대타자를 압도했다. 김태훈의 힘있는 공에 상대타자 배트가 모두 밀렸다.
선두타자 오노를 힘없는 투수 땅볼로 잡아낸 김태훈은 다음타자 가네코도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배트는 두 동강 났다. 다나카 역시 힘없는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1이닝 무안타 무실점 퍼펙트 투구. 투구수는 단 7개에 불과했다. 올시즌 선발투수 후보로 각광받고 있는 그의 산뜻한 출발이었다.
투구를 마친 후 만난 김태훈은 "스피드는 잘 안나왔는데 컨트롤이 잘 됐던 것 같다"고 이날 자신의 투구를 평했다. 비록 자신은 구속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밝혔지만 이날 7개의 공 중 6개는 직구였고 모두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였다.
김태훈의 모자 챙에는 올시즌 목표가 담겨 있었다. "글씨를 너무 못 썼다"고 부끄러워 하면서 보여준 그의 모자 속에는 '초구, 첫 타자, 첫 이닝'이 쓰여 있었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하기도 한 요소들이었다.
이날 김태훈은 세 가지 목표 중 두 가지 목표를 이뤘다. 첫 타자를 범타로, 첫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초구 스트라이크는 세 타자 중 한 타자 밖에 잡지 못했다. 그래도 실전 '첫' 등판임을 감안한다면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경기 후 이만수 감독은 "더 해야 한다. 많이 좋아졌지만 조금 더 노력한다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김태훈의 투구를 평가했다.
언제나 선수들에게 칭찬으로 힘을 불어넣는 이 감독이지만 이날은 냉정한 평가 혹은 보기에 따라 투구내용에 비해 짠 점수를 줬다.
비록 겉으로 드러난 발언은 김태훈에게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코칭스태프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태훈이 모자에 써넣은 '초구, 첫 타자, 첫 이닝'과 관련해 자신이 만족하는 결과를 얻으며 올시즌 SK의 선발진 한 축을 꿰찰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일단 출발은 좋다.
[니혼햄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김태훈(첫 번째 사진). 사진=일본 오키나와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태훈이 모자에 써넣은 목표를 보여주고 있다(두 번째 사진). 사진=일본 오키나와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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