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한 편으로 자신을 각인시키기란 쉽지 않다.
대다수의 배우들은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점점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다. 이런 수순을 뛰어 넘은 배우가 있다. 바로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의 오른팔로 출연해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김성균(32)이다.
사람들은 김성균을 만날 때면 "다른 영화에 나온 줄 알았다", "전작이 뭐였냐" 등 질문을 하지만 그는 이번 영화로 스크린에 첫 데뷔한 파릇파릇한 신인이다. 대구에서 연극을 하다 서울로 상경해 지난 7년 동안 연극무대에서 연기력을 차근차근 닦아 온 중고 신인은 데뷔작으로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그는 "로또에 당첨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몰려드는 인터뷰를 소화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본인 스스로는 "소소하게 들어온다"고 표현하지만 충무로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CF 제의도 들어오는 등 영화 출연 후 달라진 점이 많다.
"당분간 못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다. 두 번째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서 차기작도 못 알아봐줬으면 한다. 다행히 천천히 달라지고 있다. 일상생활까지 달라지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부담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다행히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일부러 너스레를 떨며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영화 속 박창우와 다르다. 박창우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맥주병으로 마동석의 머리를 내리치는 인물이지만 실제 김성균은 머리를 맞은 후 일어나지 못하는 그에게 미안해하며, 때리는 기술이 부족한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이다.
"때렸을 때 손의 감촉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저도 처음이었다. 제작 차량을 타고 빨리 병원으로 이동했다. 크게 찢어지고 그런 건 아니었고, 파편 조각들이 머리에 박혔었다. 그날 두통에 시달리면서 주무셨다고 하더라. 죄송스러웠다. 제가 좀 더 기술적으로 때렸으면…싶었다."
이런 김성균은 스크린 속에서는 조직의 2인자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최민식과 하정우라는 쟁쟁한 두 배우와 함께 하는 신이 많았던 만큼 부담되는 게 당연했다.
"물론 부담이 되지만 제가 부담을 느낀다고 해서 표현하고 내색하는 게 겸손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더 감추고 당당하게 연기해야 그 분들이 헛고생하지 않는 것 같다. 연기하는 와중에도 후배가 돼 버리면 그분들의 연기를 다 깎아내리게 된다.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하는 게 연기가 아닐까 싶다."
그의 말대로 뻔뻔하게 연기한 덕분에 관객들은 물론 충무로 관계자들도 김성균이라는 인물에 주목하게 됐다.
대선배들 앞에서 기죽지 않은 연기를 펼쳐 보인 '끼'는 그를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만들었고, 벌써부터 차기작을 기대하게끔 한다. 더불어 신인임에도 단 한 편의 영화에서 미친 존재감을 선보여 신인상을 휩쓸 것이란 기대감까지 심어주고 있으니 단연 '올해 충무로 최고의 발견'이 아닐까 싶다.
[김성균, '범죄와의 전쟁' 속 김성균과 최민식(위에서 두번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범죄와의 전쟁' 스틸컷]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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