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소설집 '강산무진'에는 크고 작은 기업체의 간부, 등대지기, 교수, 형사, 복서 등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한다. 공통점이란 전혀 없는 이들이지만 묘하게 겹쳐보이는 인물들이다.
소설집 '강산무진'을 원작을 영상으로 재탄생한 KBS 2TV TV문학관 '강산무진'(원작 김훈. 극본 이인. 연출 김홍종)은 소설집내 '강산무진' '고향의 그림자' '머나먼 속세' 등 세 단편을 하나로 엮어 기업체의 간부, 형사, 복서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들은 슬픔과 분노, 흥분과 감격 등을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들 처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세상사라는 것이 드라마처럼 자극적인 경험들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강산무진'에 주목할 점은 바로 원작가 김훈이라는 점 뿐만이 아니다. 연출을 맡은 김홍종 감독은 1971년 KBS에 입사해 KBS 무대 '바보 용철이(1974)를 연출해 우수프로그램 평가상을 수상했다. 또 제 3회 한국 방송대상 국무총리상, 백상예술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1979년 대하드라마 '토지'로는 대하드라마 장르 개발을 했으며 TV문학관 '삼포가는 길'은 한국방송대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신 TV 문학관 '길위의 날들'으로는 제 24회 한국 방송대상 TV 프로듀서상, 제6회 상해 국제 TV 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한국 PD연합회 TV 작품대상 연출상 프리 이탈리아상 TV그랑프리 등을 수상한 KBS의 전설이다.
현재 서울예술대 방송영상과 초빙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TV드라마에 연속극적 스토리텔링이 아닌 영상이미지를 중시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특히 단막극 분야에서 아름답고 철학적인 영상언어와 미장센, 그리고 스피디한 몽타쥬를 보여주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작품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 '강산무진'도 스토리보다는 그 배경과 영상이미지, 거기서 오는 공감이 더 중요하다.
드라마에서 첫번째 주인공은 기업체 간부 창수(서인석)다. 창수는 일밖에 모르고 일생을 살아왔다. 아내와 이혼 후 넓은 집에서 홀로 살아오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간암선고를 받는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창수지만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면서 느린 시간을 느끼게 된다. 차분하게 자신의 재산을 정리하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절대 큰소리로 화를 내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창수라는 캐릭터에서 우리는 이 시대의 늙은 수컷을 마주하게 된다.
두번째 주인공은 형사 수철(안재모 분)이다. 수철은 피난 시절 어두운 기억을 가둔 채 형사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부산에서 택시 강도를 잡아 오라는 출장 명령을 받게되고 고향인 부산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수철은 과거 어두운 기억을 만나게 된다. 범인의 친모에게서 치매에 걸려 늙어가는 자신의 생모를 느끼게 되고 범인 조동수(김기두 분)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겉으로는 강해보이는 형사지만 속내는 평범한, 아니 더 여린 감성을 지닌 인물이다. 겉모습과 속내가 다른 우리의 현대인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마지막 주인공은 복서 무명(황세정 분). 친부모가 누긴지 모른채 절에서 자라난 청년으로 외로운 시절 권투로 빈 마음을 채워나갔다. 결국 자신을 키워준 주지스님을 배신하고 절을 떠나 권투선수로서 링위에 오른다.
이렇듯 아무런 연관도 없는 세사람은 드라마의 마지막 순간에 조우한다. 여행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노인, 불안하게 세워져있는 택시 한대, 그리고 미친듯이 사이렌을 울려며 달려오는 맬뷸런스. 그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2일 밤 11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강산무진' 현장 스틸컷. 사진 = KBS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