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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연극생활 10여년. 연출 공부 했던 일본 유학생활 7년. 이후 배우 인생 10여년. 30년 가까이 연기와 ‘동고동락’했던 배우 김응수는 제작환경에 대해서도 말을 가리지 않았다. 당당하게 일침을 가했다. “현장에서 보면 스태프들 너무 안쓰러워요. 조카, 아들 뻘이거든. 가슴이 뭉클해져요. 조명 막내인데 조명대 잡고 서서 코를 골고 자는 거야. 얼마나 피곤하면 그러겠어. 코골고 NG나면 현장 사람들이 다 욕하고. 이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그저 피, 땀 흘려 만든 작품이 시청률이 좋다는 게 낙이야. 그것도 금방 잊혀져.”
“조명팀 막내가 코골며 자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
“빨리 고쳐져야 할텐데. 제작체계의 불합리성이 너무 심해. 가장 큰 이유가 완성된 대본이 없이 촬영을 시작한다는 거야. 스토리 전개를 모르는 상황. 이게 가장 큰 문제야. 배우로서는 연기 플랜을 세우기가 어렵고 많지. 조명도 앞뒤에 맞게 밝고 어둡게 나뉘어야하는데 그냥 하는 거지. 이런 것들이 작품의 질이거든. 완성된 대본이 있으면 예산도 절약되고 스태프들도 덜 피곤해. 예를 들어 기간이 명확해지면 숙박비며 섭외 장소, 이런 게 쉬워지지. 또 보조출연자들도 최대한 정확하게 분배할 수 있고. 갑자기 급하게 보조출연자 200명을 구해야돼. 구하는 것도 어렵고 구한 다음에 그 사람들 수염, 상투는 어떻게 해. 다 붙여야 돼. 그럼 미용팀 콜 시간이 빨라져. 그럼 돈도 더 들어. 주먹구구식으로 하니까 예산도 더 드는거야.”
거침없이 몰아붙였다. “그러니까 배우들이 영화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너무 시청률가지고 평가하고 이런 건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해품달’ 방송 안 하는 건, 2000만에 대한 배신”
거기에 MBC 파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역시 거침없었다. “MBC의 파업을 심정적으로 지지해. 그런데 파업하시는 분들이 ‘해품달’ PD한테 압력을 줘. 굉장히 힘들어 했어. 내가 ‘해품달’은 계속 끌고 가야 한다고 했어. 40%야. 전국민 반 가까이가 보는 거라고. 불가피하다면 파업을 해야겠지만 공존할 수도 있는 거잖아. 방송 안 하면 2000만 이상을 배신하는 거야. 어떤 명목으로도 나쁜 행위야. 파업하는 중에도 이윤을 창출해야지. 회사 망하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런 지혜도 필요해.”
연출을 공부했던 그는 또 다른 도전을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다. 감독을 통해 자신의 이상향을 그려보고 싶은 것. “연극을 선택한 순간 부귀영화는 접었어. 사회적인 메시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게 좋았지. 그래서 결혼은 염두도 안 했어. 배우로서는 이러한 메시지를 어느 정도 전달했다고 생각해. 이제는 연출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자연스럽게 욕구가 생겨. 배우보다는 감독이 폭이 더 넓잖아. 이데올로기라는 사안을 가지고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분단 현실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고 싶어. 분단에 대한 인식을 우리만 아니라 세계가 보고 인식하게끔 세계에 메시지를 보내는 영화.”
그러면서 우리 나라의 영화에는 ‘인간’이 없다고 했다. 조폭만 가득하다고. “‘인간’이 없다는 건 뭐냐”고 물어봤다. “우리나라는 조폭 영화만 만들어. ‘인셉션’이나 ‘매트릭스’처럼 철학을 담은 영화가 없어. 칸트의 ‘인식론’ 이런 걸 넣으면 얼마나 멋있어. 쉽게 못하는 거지. 우리나라에는 아직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지적 거상이 없어. 노벨 물리학상 아직 없잖아. 그래서 외국에서도 일본을 더 우수하게 평가하지. 더 고급스럽게 해야돼. 한 풀이로 끝나면 안돼. ‘대부’를 봐봐. 같은 조폭이라도 인간이 있잖아. 잔인한 인간의 선과 악이 있잖아. 조폭을 쓰더라도 그렇게 써야지. 감독들한테 ‘인간을 물고 늘어져’라고 말하고 싶어.”
[김응수.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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