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통상 극장가의 비수기라 불리는 2월 극장가를 한국 영화가 접수했다. '워 호스', '디센던트' 등 할리우드발 영화를 비롯해, 아카데미를 휩쓴 '아티스트' 등 쟁쟁한 영화들이 개봉했지만 극장가의 주인공은 한국영화였다.
지난달 2일 개봉한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를 필두로 16일 개봉한 유하 감독의 '하울링'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 1월 18일 나란히 개봉해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었던 이석훈 감독의 '댄싱퀸'과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도 '한국영화 전성시대'에 한 몫을 했다.
이런 경향은 3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개봉 전부터 주목받으며 기대감을 안겼던 영화들이 한 주 간격으로 대거 개봉하기 때문. 3월 관객들을 찾아 올 한국영화는 '화차', '가비', '건축학개론', '시체가 돌아왔다' 등이다.
이 외에도 배광수 감독의 '열여덟, 열아홉', 변성현 감독의 '청춘 그루브', 최종태 감독의 '해로' 등이 관객 곁을 찾는다.
'화차', 김민희 연기만으로도 이미 시선집중
변영주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인 영화 '화차'는 일본의 동명소설 '화차(火車)'가 원작이다. '화차'는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리는 일본 전설 속의 불수레로 한 번 올라탄 자는 두 번 다시 내릴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뜻처럼 '화차'는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게 만들며 수레에 탄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 나선 남자와 전직 형사, 그리고 약혼녀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드러나는 충격적 미스터리를 그린 '화차'는 약혼녀를 찾아 나선 남자 장문호(이선균 분), 장문호의 부탁에 약혼녀의 뒤를 쫓는 전직 형사 김종근(조성하 분),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 강선영(김민희 분)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특히 김민희는 영화 시사 후 '김민희의 재발견' 등의 평가를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가녀린 여인에서부터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악녀까지, 다양한 얼굴을 연기한 그의 연기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개봉은 8일.
'가비', 1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김소연
김탁환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한 장윤현 감독의 영화 '가비'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 아관파천 시기(1896년부터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 사이)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다.
커피와 고종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을 그린 영화로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남 일리치 역을 맡은 주진모,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 역의 김소연, 고종황제 역할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 박희순, 강렬한 악역 사다코로 연기변신을 시도한 유선 등이 고종암살작전과 가슴 시린 멜로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는 김소연이 지난 1997년 개봉한 '체인지'(감독 이진석) 이후 1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시선을 끌었다. 따냐로 분한 그는 '가비'에서 금발의 '은여우'로 분해 도발적 매력을 선보이는가 하면 1800년대 서양 복식을 소화하며 고혹적인 바리스타로 변신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개봉은 15일.
'건축학개론', 요즘 대세는 다 모였다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은 성큼 다가온 봄바람만큼 따뜻한 첫사랑의 기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전망이다.
'건축학개론'은 서툴지만 순수했던 스무살, 건축학과 학생 승민이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에게 반한 후 15년이 지나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새로운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캐스팅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현재 승민 역의 엄태웅, 현재 서연 역의 한가인, 과거 승민 역의 이제훈, 과거 서연 역의 미쓰에이 수지가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1박2일'로 연기력 뿐 아니라 예능감까지 뽐내고 있는 엄태웅과 '해를 품은 달'의 히로인 한가인, 충무로의 블루칩 이제훈, 걸그룹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힌 수지의 조합은 다채로운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개봉은 22일.
'시체가 돌아왔다' 이범수·류승범·김옥빈, 개성파 3인의 조합
우선호 감독의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시체'라는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를 다룬 영화로,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하나의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치열하고 대담한 쟁탈전을 그렸다.
이번 영화에서 소재만큼이나 이슈가 된 것은 주연배우 3인방이다. 최근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코믹한 연기로 촌스러운 매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범수는 '시체가 돌아왔다'에서 치밀한 분석과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엘리트 연구원 현철 역을 맡았다.
함께 김옥빈은 뼛속까지 다크한 인물이라 자부하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행동파 동화 역을 맡아 현철과 사기극을 도모하고, 류승범은 우연히 두 사람의 사기에 합류해 천부적인 사기 재능을 발휘하는 진오 역으로 등장하며 대담한 사기행각에 대한 호기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개봉은 29일.
[사진 = '화차', '가비', '건축학개론', '시체가 돌아왔다'(위부터)]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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