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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은 총 120부작이다. 8일에 108회가 방송되면 종영까지 단 12회만 남게된다. 2주가 조금 넘는 시간 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역습의 조짐이 안 보인다. 웃음은 잃었고, 러브라인은 답답하다. 어쩌면 시간이 이대로 멈추길 바라는 걸까?
10% 초반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전작들만 못하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고시원에서 쫓겨나고 하선(박하선 분)의 집에 얹혀사는 진희(백진희 분)는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은 듯 했다. 회사의 부도로 처남 계상(윤계상 분)의 집에 가족들이 다같이 얹혀살게 된 내상(안내상 분) 역시 현실 속 축 처진 어깨의 가장들을 대변할 것 같았다.
그러나 초반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내상과 아내 유선(윤유선 분)이 더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며, 전작 '거침 없이 하이킥'의 정준하와 박해미, '지붕 뚫고 하이킥'의 정보석과 오현경, 더 나아가 SBS 일일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의 박영규와 박미선이 만든 웃음을 이끌어내야 했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이 적었다.
특히 진희가 계상과 러브라인을 시작하며 '하이킥3'의 큰 그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진희는 하선과 함께 극 초반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였다.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이 초반부터 상당히 진행됐다. 이런 진희가 갑자기 계상을 좋아하게 됐는데, 정작 계상은 진희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 그런데 계상을 좋아하는 건 진희 뿐 아니라 하선의 사촌동생 지원(김지원 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계상을 향한 진희의 마음은 가슴앓이 심한 짝사랑으로 그려진 반면, 계상과 지원은 어린 시절의 아픔을 공유하며 애틋한 측면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 때문에 지원과 계상의 사랑이 거듭 강조되고 있음에도 지난 '하이킥' 시리즈의 러브라인에서 느껴지던 안타까움이나 슬픔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지원이 계상을 따라 르완다를 가겠다고 했지만, 애처롭다는 반응보다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 더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7일 방송에서 종석(이종석 분)과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지원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나와 많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미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세경(신세경 분)과 지훈(최다니엘 분)의 죽음으로 충격을 경험했기 때문에, '비극이 반복되나?' 싶었던 것이다.
그나마 '지붕 뚫고 하이킥'은 새드엔딩이 의미가 있었던 건, 웃음으로 가득했던 이야기의 끝을 죽음이란 극단으로 매듭지으며 '연민의 감정'을 절정까지 치닫게 하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킥3'의 상황은 다르다. 웃음의 크기부터 확 줄어들었으며, 캐릭터에 대한 연민도 약하다. 새드 엔딩을 반복해도 시청자들의 불만만 들끓을 가능성이 크다.
남은 건 단 12회 뿐이다. 짧긴 하지만 그래도 역습의 여지는 남아있다. 과연 '하이킥3'가 전작들과 달리 실패작이란 오명을 쓸지, 아니면 진정한 역습을 그릴지,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가고 있다.
[김지원, 윤계상, 이종석,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포스터(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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