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가비'에서 박희순(42)은 고종(광무황제)을 연기했다.
고종은 비단 '가비' 뿐 아니라 국내 여러 드라마와 연극, 영화에서 다뤄진 인물이지만, 대부분 희화화되거나 무능력한 왕으로 그려지기 일쑤다. 그러나 '가비'에서의 고종은 끝까지 나라와 자존심을 지키고자 한, 그래서 마음 속에서 전쟁을 치루는 예민하고 초조한 인물로 그려졌다.
새로운 고종은 박희순의 안정된 연기력에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고종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가비'의 명장면이 될 듯하다. 박희순은 그야말로 고종에 빙의된 듯 보였다.
'가비' 개봉을 앞두고 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박희순을 만나 고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화 속에서 고종은 한정된 공간에서 움직임이 거의 없다. 그러니 박희순은 대사와 표정만으로 고종을 표현해야했다. 그런만큼 더더욱 고종에 대한 이해가 요구됐다.
극중 안경을 쓴 고종, 담배를 피는 고종과 같은 디테일한 설정은 모두 박희순의 아이디어였다. 그만큼 많은 선행연구가 뒷받침됐다는 말이다.
"내가 연기를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닌 한, 우정으로 잠깐 출연하는 것은 나를 소모시킨다는 생각에 불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가비' 대본을 보고는 작은 역이라 해도 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 이름이 세 번째나 네 번째인 것은 상관하지 않을테니 더욱 탄탄하게만 만들어달라 요구했어요. 오히려 분량이 늘면서 작품을 하게 됐죠."
이날 박희순은 "본의 아니게 와이프가 죽는 역할을 많이 하게 됐네요"라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하기도 했다. "'우리집에 왜 왔니'와 '10억'도 그랬어요.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계속 와이프가 (웃음). 그런데 이런 작품들을 하면 감정적으로 힘이 들어요. 촬영 내내 짓눌림이 있어서 다음 작품으로는 재미있는 것을 하자 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간기남'이에요"라며 차기작 홍보도 잊지 않았다.
[박희순, 영화 '가비' 스틸컷. 사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시네마서비스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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