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본 유명 광고대행사 덴쓰, 3월에 오타쿠 연구소 설립한다
오타쿠를 알면, 히트상품이 보인다?
일본의 유명 광고대행사 덴쓰는 지난 3일, 아이돌과 애니메이션 등에 열광하는 '오타쿠'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오타쿠가 사랑하는 것 연구소(オタクがラブなもの研究所)'를 3월 안으로 설립한다고 밝혔다.
오타쿠 전문기관은 업계 처음이라고 한다. 이 연구소는 오타쿠의 관심사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히트 상품을 만들어낸다는 방침이다. 히트 상품을 개발하는 열쇠로, 그리고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소비자층으로 '오타쿠'를 꼽은 것이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유명 광고업체가 오타쿠 연구소를 만든다는 것은 일본 비지니스 세계에서 그만큼 오타쿠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녀 피규어, 만화, 애니메이션, 철도 등 다양한 서브컬쳐에 빠져 사는 오타쿠가 주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 오타쿠의 감성을 가미한 메가 히트작?
이 같은 오타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본의 국민 걸그룹 AKB48다.
일본에서 AKB48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독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TV만 틀었다하면 AKB48가 등장하며, 음반도 냈다하면 밀리언 셀러다.
지난해 판매한 6개의 음반 모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연간 음반 판매량 TOP5를 모두 독식했다. 음반뿐만 아니라, 서적(사진집 등), 광고,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AKB48(※AKB는 아키하바라의 약자)는 그룹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타쿠'의 성지인 아키하바라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이었다. 물론, 주타깃도 오타쿠였다. 그래서 이들은 항상 여중생, 여고생 교복을 콘셉트로 한 의상 등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른다.
이들은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를 표방, 아키하바라의 AKB48 극장에서 매일 공연하며 '덕심(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바꾼 '오덕후'와 마음 심 자가 합쳐진 신종 합성어)'을 자극했다. 이처럼 오타쿠를 타깃으로 활동하던 아이돌 그룹이, 일본 전역을 아우르는 국민 그룹이 된 것이다.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그룹이 됐지만, 아직도 오타쿠 팬층의 힘은 무시 못한다. 구매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AKB48은 주기적으로 멤버의 인기 투표를 실시하는데, 투표에서 상위권에 오른 멤버는 계속해서 AKB48의 메이저 활동(TV 출연 등)을 맡게 되고, 하위권으로 떨어진 멤버는 공연 위주의 활동을 펼친다.
투표권은 AKB48의 싱글 앨범에 한 장씩 들어있는데,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자신이 응원하는 멤버를 밀어주기 위해 수십~수백장의 싱글을 사들이는 오타쿠 팬도 있다. 정상적으로 한 장씩 구매하는 이도 적지 않지만, 항상 음반판매량이 백만 장이 넘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뒤에 '오타쿠'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AKB48식의 '덕심' 공략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신인 여자 아이돌 그룹은 아키하바라에 컵라면 가게를 오픈했다. 이 가게에서는 컵라면을 800엔에 팔고 있다. 컵라면을 주문하면, 이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직접 뜨거운 물을 부어주며, 면이 익기까지 3분 동안 구매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덕심'을 흔들어 히트한 상품이 또 있는데, 바로 2010년 발매된 비즈니스 서적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이다.
이 책은 한 고등학교의 야구부 여자 매니저가 실수로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 '매니지먼트'를 산 뒤, 그 이론을 살려 동료들과 고교 야구 전국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딱딱한 경영서를 청춘소설 형식으로 구성했고, 라이트노벨(표지 및 삽화에 애니메이션풍의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소설)을 연상시키는 미소녀 일러스트 표지, 인기 아이돌그룹 AKB48의 멤버를 소설 속 주인공의 모델로 삼는 등 다양한 시도와 접목으로 화제가 됐다.
이 책은 큰 성공을 거두는데, 경제부문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발행부수 270만 부를 기록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또한, 영화화되기까지 했다.
위와 같은 '오타쿠'적 감성을 가미한 상품들이, 일본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 오타쿠는 이제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사실, 오타쿠에 대한 이미지는 일본에서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전차남'이나 그 밖의 영화 속에 그려지는 일반적인 오타쿠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전차남은 '오타쿠 남자도 이런 좋은 면이 있다'라는 걸 보여주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오타쿠 남성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일본에서는 남녀를 막론하고 오타쿠적 감성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광적으로 열중하는 남성들을 가리켰지만, 요즘은 '무엇이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 정도로 남녀노소 상관없이 넓게 퍼지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추세인데, 밀리터리 매니아를 밀덕(밀리터리 오덕후), 소녀시대 팬을 '소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현실이다보니 일본에서 자신을 오타쿠로 인식하는 이의 비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덴쓰'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오타쿠라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약 38%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불린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다른 조사에서도, 사람들은 상당한 비율로 자신의 오타쿠 성향을 인정했다.
오타쿠적 감성이 일본 일반 대중에게 확산되는 이유로, 일본의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발달을 공통적으로 꼽고 있다. 좁은 세계에서 소수에 의해 공유되던 문화나 유행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고 쉽게 발신돼, 많은 이들이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오타쿠'에 대한 기존 사람들의 알레르기 반응도 줄어들고 있다.
즉, 오타쿠 문화를 일반인이 수용하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더는 소수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오히려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덴쓰 측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찬스가 생겨나고 있다고 판단해 '오타쿠 연구소' 설립에 나섰다.
특히 덴쓰 측은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 아이돌 등에 열광하는 팬들이 전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점을 들며, 오타쿠의 기호를 설명하고 체계화할 수 있다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메이드 인 재팬 상품의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음지에 있던 오타쿠 문화, 이젠 일본 시장을 꿰뚫는 하나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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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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