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야구에서는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두고 '유틸리티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LG 서동욱(27)은 대표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서동욱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중에서도 특별하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지만 대체로 그 범위는 내야로 한정된다. 반면 서동욱은 내, 외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선수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렇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신만의 확실한 포지션이 없다는 말도 된다. 나쁘게 말하면 주전과는 거리가 먼 철저한 백업이라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지난해 팬들은 서동욱을 두고 "포수 미트 빼고 다 가지고 다닌다"며 약간은 과장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팬들은 서동욱의 잦은 포지션 이동을 세계여행에 비유했다. 급기야 서동욱의 모습과 세계의 관광 명소들을 합성한 '서동욱과 함께하는 세계여행'이라는 제목의 합성사진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서동욱의 세계여행이 없었다면 지난해 LG는 더 큰 어려움에 빠졌을 수 있다. 서동욱은 포수, 유격수, 중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뛰었다. 한 경기에서 내, 외야를 넘나들었던 경기도 적지 않았다. 구멍이 생기는 곳마다 서동욱이 가서 막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올해 서동욱은 지난 시즌과 다르게 주전을 노린다. 서동욱이 주전 경쟁을 펼치는 포지션은 2루수다. 김태완, 김일경 등과 경쟁 중인 서동욱은 이들에 비해 월등한 지난해 타격 성적을 앞세워 2루 경쟁에서 가장 앞선 상태다. 서동욱은 2011시즌 112경기에 나서 타율 .267, 7홈런 7도루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LG는 서동욱이 한 자리에 굳건히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한 선수가 여러 포지션의 공백을 메워주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서동욱이 여러 포지션을 전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포지션에 지속적인 누수가 발생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반대로 서동욱이 꾸준히 2루수로만 출전한다는 것은 내야와 외야의 양쪽 코너가 안정된다는 것을 뜻한다.
서동욱 자신을 위해서도, 팀을 위해서도 이제는 한 자리에 정착해야 한다. 서동욱이 가지고 다니는 글러브 개수가 이번 시즌 LG의 성적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지표 가운데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LG 서동욱. 사진 = 마이데일리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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