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밀어치는 건 없다.”
SK 이만수 감독이 자신만의 타격론을 자신있게 피력했다. 28일 시범경기 문학 한화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감독은 “밀어친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지 “볼이 날아오는 코스를 보고 감각적으로 세게, 멀리 보낼 뿐이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의도적인 밀어치기에 대한 옹호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흔히 밀어치는 건 팀베팅의 정석으로 여겨진다. 주자가 1루나 2루에 있을 때 타자들은 1점을 반드시 뽑기 위해 의도적으로 1, 2간으로 타구를 강하게 보내려고 한다. 다수의 타격 코치들도 이를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때문에 팽팽한 박빙 승부에서 좌타자들은 의식적으로 바깥쪽으로 흐르는 볼도 팔을 크게 안쪽으로 휘돌려 의도적으로 타구를 우측으로 보려내고 하고, 우타자들은 몸쪽에 바짝 붙는 볼조차 최대한 팔을 겨드랑이에 붙인 다음 간결하면서도 빠른 스윙을 통해 우측으로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런 의식적인 스윙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실제 주효할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밀어치는 게 세상에 어디 있나. 정확한 타격 자세를 취한 다음, 투구의 코스에 따라 세게, 그리고 멀리 보내는 게 타격의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나치게 무언가를 의식해서 타격을 할 경우 오히려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투수들의 구질이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면서 타자들이 의식적으로 우측으로 타구를 보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다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감독은 이어 최근 치열한 4번 타자 경쟁을 시키고 있는 것을 두고서도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4번 타자라고 해서 무조건 홈런을 노릴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무슨 말일까. “박정권이 4번 타자를 차지했으면 좋겠다. 홈런도 20개 이상 쳐줬으면 감독으로서 바랄 게 없다”며 웃었지만 “4번 타자라고 해서 꼭 타구를 멀리 보낼 필요가 없다. 득점 찬스에서 타점을 올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어차피 홈런은 치겠다고 해서 치는 게 아니다. 나도 현역 생활 통틀어 홈런을 마음 먹고 타석에 들어서서 실제로 홈런을 친 건 2~3번에 불과했다”며 부담을 버릴 것을 강조했다. 연습경기에 이어 시범경기서도 4번 타자 실험을 하고 있지만, 이 감독의 눈에는 조인성, 박정권, 안치용 등이 여전히 장타를 의식하는 베팅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감독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건 미국에서 야구를 배운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 메이저리그도 마냥 크게 휘두를 것을 지시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팀 베팅을 주문한다. 그러나 정말 필요할 때만 우측으로 타구를 보낼 것을 지시하는 경향이 짙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유주자 시 작전보다 타자에게 맡기는 흐름도 대두하고 있다.
“진정한 강타자는 의식적인 우측으로 타구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좌측과 우측으로 골고루 빠르고 강한 타구를 날리는 것이다”라는 이 감독. “밀어치기는 없다”는 말은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 볼 대목이다.
[이만수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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