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이렇게 잘 던지는 데 4월에 못 본다고?”
넥센 김병현이 29일 사직 롯데전서 특유의 시원스러운 투구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는 모습에 사직구장 기자실에서는 일제히 이런 탄식이 들렸다. 김병현은 마치 “준비가 다 됐다”는 무력 시위를 하는 듯했지만, 정작 김병현을 바라보는 넥센 코칭스태프의 시선은 신중하다. 좀 더 완벽한 모습으로 한국 무대 연착륙을 도우려는 김시진 넥센 감독과 정민태 넥센 투수 코치의 '대투수'다운 지론이 엿보인다.
▲ 김시진·정민태, 두 레전드의 날카로운 지적
김병현은 지난 25일 목동에서 100개가 넘는 불펜 피칭을 했다. 김시진 감독은 “선발로 쓸 생각이 없다면 왜 100개가 넘는 불펜 피칭을 시켰겠나”라고 말했다. 올 시즌 넥센 선발진은 냉정하게 봤을 때, 확실한 10승 토종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김 감독은 누구보다도 김병현이 브랜든 나이트, 벤 헤켄과 함께 원투스리 펀치를 구성하길 바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하는 김병현의 나이를 걱정했다. “나이가 들면 투구 폼에 변화가 생긴다. 언더핸드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팔 높이가 올라가면서 팔꿈치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폼으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체의 힘이 아닌 어깨에 집중적으로 부하가 실리는 걸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김 감독은 설령 조금씩 투구 폼이 변하면서 피로함이 쌓이더라도,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회복력에 초점을 둔다. “선발 투수가 공 100개를 던지면 그 다음날 팔을 들수 조차 없다. 시즌 중에 김병현이 그걸 이겨내느냐가 최대 관건이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김 감독은 김병현에게 무리한 투구 스케줄을 지시하지 않는다. 29일 롯데와의 데뷔전 7회 1사 만루 위기서 조성환을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며 분위기를 뺏어왔음에도 투구수가 43개가 되자 미련없이 김병현을 뺀 건 이러한 이유가 있다. 또한 김 감독은 “직구 위주로 던진 6회는 90점을 줄 수 있지만, 변화구 위주로 던진 7회는 60점 정도다. 변화구를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가 왼발보다 뒤에서 형성돼 제구가 흔들렸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김 감독은 김병현이 부족한 변화구 컨트롤을 가다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 코치도 김병현이 7회 아웃카운트를 하나 남기고 강판될 때 마운드에서 바로 김병현을 내리지 않고 무언가 조언을 건넸다. 정 코치는 “제구력도 그 정도면 괜찮았다. 단순히 현재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투구 수를 서서히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 변화구가 통할 수 있느냐를 테스트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정 코치는 김병현을 강판시키는 순간에도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했다.
▲ BK의 진짜 데뷔전은 5월?
정 코치는 “김병현은 4월 4일 2군 경기에 나선다. 그렇다고 완전히 1군과 멀어지는 건 아니다. 1군 선수단과 이동하면서 2군 경기에 등판시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1군 무대에 익숙해질 수 있게 배려하면서도 2군에서 더욱 착실히 준비를 시키겠다는 의미다. 김 감독도 “2군 등판에서 투구수를 조금씩 늘려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김병현의 정규시즌 '진짜 데뷔전'이 언제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 코치도 “지금 페이스라면 5월 정도가 될 듯하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시범경기도 엄연한 공식 경기다. 그러나 모든 팀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오르는 정규시즌에 등판하는 날이 진정한 데뷔전이라고 할 수 있다. 넥센의 두 대투수 출신 코칭스태프는 여전히 김병현의 진정한 데뷔전을 늦추고 있다.
[김병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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