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예민한 한화 박찬호와 씩씩한 넥센 김병현. 둘은 올 시즌 프로야구를 강타할 키워드임이 틀림없다.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롯데전서 김병현이 한국 무대 데뷔전을 가졌다. 김병현은 평소 성격답게 과감하고 씩씩한 피칭을 했다. 반면 박찬호는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연이어 뭇매를 맞으면서 아직 한국 야구에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박찬호 특유의 예민하면서도 섬세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2번 등판한 박찬호와 1번 등판한 김병현의 투구 스타일은 극과 극이었다.
▲ 예민함과 씩씩함, 달라지지 않은 스타일
둘은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투구 스타일이 극과 극이었다. 박찬호는 경기장 사정, 날씨 등 주변 환경에 무척 예민했다. 허리 부상도 있었지만, 대체로 주변 환경에 맞춰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투구를 하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주변 환경에 따라 투구 결과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14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와 21일 시범경기 청주 롯데전서도 그랬다. 한 이닝에 같은 구종의 변화구를 연속 시험하며 변화구 제구력과 한국 타자들의 성향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21일 시범경기서는 기온이 낮아 변화구 구사에 문제가 있었고, 21일 경기서는 다소 제구가 가운데로 몰려 무너졌다. 실험이 통하지 않자 그대로 무너진 것이다. 당시 박찬호는 한국 타자들이 유인구에 잘 속지 않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록은 3⅓이닝 6피안타 4실점이었다.
29일 부산에서 베일을 벗은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시원시원한 피칭을 했다. 메이저리그 초창기 시절 당대의 강타자 마이크 피아자를 삼진으로 잡은 뒤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 정도로 주변 환경, 상황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콜로라도 시절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홈으로 사용할 때도 그랬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공식 데뷔전인 29일 시범경기 사직 롯데전도 그랬다. 6회초 등판해 세 타자를 상대로 대부분 직구만 뿌렸다. 상대도 강타자 홍성흔과 시범경기서 타격감이 좋은 박종윤이었지만, 김병현은 거침이 없었다. 7회에도 변화구를 집중 시험하다 컨트롤이 나빠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조성환에게 주저하지 않고 빠른 인터벌을 가져가며 포수 파울 플라이를 유도해냈다. 움츠러드는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1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 예민함 속의 섬세함, 씩씩함 속의 철저함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 각각 한 차례 나선 박찬호보다 시범경기에 한 차례 나선 김병현의 투구 내용이 좋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찬호보다 김병현이 정규시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는 전망은 섣부르다. 우선 박찬호는 누구보다 한국 타자들을 많이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철저한 몸 관리로 시즌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예전부터 박찬호는 기온이 올라갈 경우 좋은 성적을 내곤 했다. 한대화 감독은 이런 박찬호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 감독이 최근 박찬호 함구령을 내린 이유는 예민한 박찬호를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 예민함 속의 섬세함이 있다.
김병현도 마냥 씩씩하게 밀어붙이는 투구를 하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변화구를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가 앞발보다 뒤로 형성돼 있어 제구가 무뎌졌다”고 날카롭게 지적했고, 정민태 코치도 “지금도 실전에서 충분히 던질 수 있으니까 내보낸 것이다”라면서도 “1군 등판은 5월쯤에나 시킬 예정이다. 2군에서 미세한 변화구 컨트롤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현의 씩씩한 투구 이면에는 넥센 코칭스태프의 철저한 관리가 숨어 있다.
예민한 박찬호와 씩씩한 김병현. 아직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보여준 모습만으로 그들을 100%로 평가해선 안 된다. 아직 누구도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았다. 곧 다른 팀들의 분석도 더욱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다. 거물급 전직 메이저리거 투수들의 진정한 비교 및 평가는 정규시즌에 들어서나 이뤄질 듯하다.
[박찬호, 김병현. 사진= 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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