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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하이킥' 시리즈의 아버지 김병욱 감독의 의도는 분명했다. 열린 결말이었지만 시청자들의 해석에 따라 해피엔딩이 될 수도, 새드엔딩이 될 수도 있도록 결말의 열린 폭을 최대한 넓혔다.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마지막회에서 미국으로 떠났던 하선(박하선 분)은 한국으로 돌아와 연인 지석(서지석 분)과 재회했다. 내상(안내상 분)은 '안스월드'를 열고 첫 번째 일거리를 얻어내며 가족들과 새로운 도약을 기뻐했다.
그리고 지원(김지원 분)은 르완다에서 온 계상(윤계상 분)의 편지를 받았다. 학교에서 지원은 계상에게 답장을 쓰며 "아저씨,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란 인사말로 편지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다음 문장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지원은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갔고 지원의 모습 뒤로 "아저씨, 저 잘 못 지냈어요. 그런데 지금부터 잘 지내려고요. 그래서 때로는 1등을 하고 4등을 하며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이 지겨운 학창시절부터 여기서 끝내기로 했어요. 앞으로 제가 뭘 할지 기대하세요"란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이어 화면은 미래의 이적에게로 전환됐다. 이적은 "여기까지가 소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다. 소설이라기 보단 전부 실화다. 마지막 에필로그만 빼고. 마지막 에필로그는 그저 나의 즐거운 상상"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적의 소설'이란 1회에 등장했던 전제는 마지막회에 이르러서야 결말을 해석하는 열쇠가 됐다. 마지막회에서 그려진 지석과 하선의 재회, 내상의 새 출발, 지원의 학교 탈출은 이번 이야기에서 가능한 가장 행복한 결말이었다. 그렇지만 이적은 이것이 자신의 상상이라고 했다. 즉 마지막은 현실과 다를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적은 상상의 범위를 밝히지 않았다. 어디까지가 이적이 지어낸 상상 속 이야기인지는 불분명해진 것이다. 예측 가능한 가장 심각한 경우는 하선이 미국에 돌아오지 않고, 내상의 새 사업 역시 성공하지 못할 때다. 또 지원도 학교를 뛰쳐나오지 못하고 다른 이들이 원하는 대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상황일 것이다. 혹 누군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제한되지 않은 상상의 범위 때문에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예측일 뿐이다. 진짜 현실이 무엇일지는 시청자들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이로써 김병욱 감독은 진정한 결말의 몫을 시청자에게 넘겼으며,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이란 극과극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셈이다.
이번 엔딩 때문에 김병욱 감독은 '무책임했고 불친절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듯 하다. 6개월 여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여러 캐릭터들의 결말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시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신세경과 최다니엘의 죽음이란 결말로 비극의 절정을 보여준 김병욱 감독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통해 더 노련해진 건 사실이다. 결국 '그들은 잘 살았을까?'란 단순한 열린 결말이 아닌, '그들의 인생은 실패했거나 누군가 죽지는 않았을까?'하는 불안감과 '그들은 모두 원하던 대로 행복했을 거야'란 희망이 뒤섞인 열린 결말을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건 김병욱 감독이 대통령이 된 승윤(강승윤 분)과 그의 통역사 수정(크리스탈 분)의 모습은 이적이 등장한 장면의 뒷부분에 배치하며 상상이 아닌 현실임을 분명히 했단 점이다. 제일 가능성이 적었던 승윤의 꿈, '대통령 되기'가 현실로 이루어진 걸 보면, 어쩌면 다른 인물들도 나름 행복하게 잘 살지 않았을까?
[서지석, 박하선, 김지원, 이적, 백진희, 강승윤, 크리스탈, 김병욱 감독(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마이데일리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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