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안타를 쳐도 그렇고, 못 쳐도 그렇고…”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이런 말이 나온다. “타격 페이스는 개막에 맞춰서 올리는 게 낫다”와 “지금부터 페이스를 올려서 정규시즌까지 쭉 유지하는 게 낫다”라는 상반된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올 시즌 롯데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은 홍성흔도 야구 선수들이 이런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29일 사직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홍성흔은 "안타를 치고 나가면 덕아웃에서 동료들이 ‘에이, 페이스 너무 빠른데?' 지금 (안타를) 치면 정규시즌 들어가서 못 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들이 들린다”고 털어놨다. 그런 말이 들릴 때마다 홍성흔은 스스로 타격감이 좋아도 불안감에 빠진다고 한다. 홍성흔에 따르면 대부분의 타자들이 시범경기서 이런 고민을 한번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시범경기서 타격감이 좋지 않더라도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프링캠프에서 폼을 조금씩 바꾸면서 4번 타자로의 변신을 준비해왔는데 막상 시범경기서 제대로 맞지 않을 경우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홍성흔은 시범경기서 타율 0.321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은 편이다. 그런 푸념을 하고서도 29일 경기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실제 홍성흔의 이러한 고민은 흔히 말하는 타자들의 ‘타격 리듬’과도 연관이 있다. 타자는 잘 맞을 때와 잘 맞지 않을 때의 주기가 자주 바뀐다. 그만큼 긴 배트로 변화무쌍하게 날아오는 작은 공을 맞혀 수비수가 없는 페어 지역에 떨어뜨리는 건 예민한 작업이다. 시범경기서 최상의 컨디션과 리듬을 갖고 있다면 정규시즌 들어서는 그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시범경기서 죽을 쑨다면 정규시즌 초반에는 오히려 타격감이 살아날 수도 있다. 문제는 시범경기가 팀과 자신의 한 시즌 농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
그래서인지 시범경기서 잘하다가도 정규시즌서 부진한 타자의 경우 실속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럴수록 그 타자는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어쨌든 메인 이벤트는 시범경기가 아닌 정규시즌이기 때문이다. 홍성흔이 시범경기서 타격감을 끌어올려놓고도 걱정이 된다는 말을 한 건 이유가 있다. 더욱이 홍성흔은 지난해에도 시범경기서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지만 정규시즌 초반 급격한 부진에 빠진 바 있다.
홍성흔은 그런 불안감 때문에 모든 타자들이 비 시즌에 준비를 많이 하고, 자연스럽게 매년 조금씩 타격 자세를 바꾼다고 말했다.
“유독 내가 타격 폼을 바꾼 게 기사화가 되는데, 모든 타자가 매년 조금씩 타격 폼을 바꾼다. 좋은 타격 폼을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최상의 타격 자세를 찾고 타이밍을 잡는 연습을 한다.”
올 시즌 타격 직전 불 필요한 힘을 빼고 임팩트 시 힘을 모으기 위해 왼손을 놓았다가 가볍게 쥐는, 박정태 타격 코치의 폼을 벤치 마킹한 홍성흔. 그의 변화처럼 다른 타자들도 타격폼에 변화를 주고도, 혹은 잘 맞더라도 고민에 빠져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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