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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서현진 기자] 배우 이종석에게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하이킥3'는 이종석에게 첫 시트콤 도전이었고, 주변의 기대에 버금가게 자신도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사단에 합류하게 됐다는 기쁨을 누렸다. 그는 누군가를 짝사랑하면서 느끼는, 너무 아프고 쓸쓸한 감정을 '하이킥3'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작품을 향한 애정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도 컸고, '하이킥3'에 몰입할수록 뜻하지 않은 성장통에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약 6개월 성질 있는 순애보 안종석으로 살았던 그가 이젠 이종석으로 돌아왔다.
'하이킥3'에 캐스팅됐을 당시 기분이 어땠나?
"진짜 기뻤어요. 정말 제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신인들은 거의 다 '하이킥3' 오디션을 봤을 거예요. 나중에 들었는데 감독님께서 저를 남자답게 느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런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나 봐요"
'하이킥3' 김지원과의 러브라인에 진척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로맨틱한 부분을 표현했다면 좋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은 들어요. 제가 아직 쌍방향의 사랑을 연기해본 적이 없는데 해보고 싶어요. 굉장히 달달한 연기요(웃음). 아, 그런 아쉬움이 있긴 했어요. 사실 극 중에서 제가 지원이에게 먼저 고백을 할 줄 알았는데 지원이가 먼저 "선배 나 좋아해?"라고 알아차리더라고요. 설령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남자답게 고백을 했으면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왠지 한심한 남자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안종석 캐릭터 만족하나.
"안종석이 다른 '하이킥3' 캐릭터에 비해서 제일 먼저 성장을 한 것 같고, 그 성장 폭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제일 먼저 역습을 한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렷하게 무언가를 이뤘다기보다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사람으로서 깨달음이 많은 것 같아요"
러브라인이 얽히고설켜 있는데 실제로 미묘한 분위기는 없었나.
"미묘한 분위기요? 없어요. 7개월 가까이 함께 하다 보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주를 이뤄요. 너무 친한 사이라 그런 단계는 지난 것 같아요. 어떤 계기랄 것도 없이 세트촬영을 하면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친해지더라고요. 가장 먼저 (강)승윤이 수정(크리스탈)과 친해졌어요"
'하이킥3'에서 김지원을 짝사랑하면서 실제로 감정이 동요된 적이 있나.
"문득문득 그럴 때가 있어요. 갑자기 몰입될 때가 있는데 울컥하는 감정이 들더라고요. 한번은 그런 적이 있었어요. 계상과 지원이 함께 있는 장면을 종석이 바라보는 신을 앞두고 멍하게 있다가 촬영에 들어갔는데 왠지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웃음)"
본인이 생각하는 지원과의 에피소드 중 기억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종석의 졸업식 장면이요. 지원이를 데리고 바닷가를 갔다가 다시 스쿠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내레이션으로 "나의 소심한 마음과 다른 사람에 대한 경쟁, 질투와 졸업을 하겠다"란 대사를 했어요. 그 장면이 오랜 시간 여운이 많이 남더라고요.
"안종석이 남극으로 떠나는 거요.(웃음) 농담이고요.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전작들이 비극으로 끝나서 이번 '하이킥3'도 비극을 점쳤는데 어떤 결말이든 나름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반응이 전작들만 못했다. 이유가 뭘까.
"사실 제가 작품을 할 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요. 지금 충분히 만족하고 있고, 설령 더 인기가 없어었고 해도 전 상관없었을 것 같아요. 많은 분이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욕심이 들 수도 있지만 제 영역이 아니잖아요. 저는 단지 작품에 대본에 최선을 다할 뿐이죠. 굳이 이유를 찾자면 전에 비해 조금 무거운 내용으로 연기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매 에피소드마다 주제가 분명히 있었고 교훈을 담고 있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트콤을 보며 웃고 싶어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충족이 안됐나 봐요"
'하이킥3' 출연배우 대부분 인지도가 높아지고 인기를 얻은 것 같다. 누가 제일 수혜를 입은 것 같나.
"아무래도 (박)하선 누나요. 여기까지만 말할게요.(웃음)
누가 가장 시트콤 캐릭터와 비슷한가
"하이킥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비슷한 사람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제일 비슷하다면 제가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극중 안종석처럼 성질나면 난리나요. 하하"
'하이킥3'의 미친존재감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윤유선 선배님이요. 항상 후배들 토닥토닥 해주시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짜 천사처럼 다정하세요.
'뿌잉뿌잉'이란 유행어가 탄생했다. 반응이 오니까 또 다른 유행어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들지는 않았나.
"유행어 욕심은 없었어요. 후반에 했으면 반응이 크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제가 전작 SBS '시크릿가든'에서 연기한 이미지가 초반에 많이 남아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재밌더라고요. 수정이도 '청순수정' 연기를 선보였을 때 정말 재밌었던 것처럼요"
본인도 보고 웃은 '하이킥3' 방송분은?
"얼마 전에 촬영한 막장드라마요. 그때 촬영하면서도 너무 웃겼어요. 사람들이 수정이하고 저랑 잘 어울린다고 '출생의 비밀이라도 만들어라'하는 글들이 종종 올라왔었는데 재미있게 그려진 것 같아요"
"20점이요. ('점수가 너무 낮은 거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정말 그랬어요. 딱 중반 넘어가고 나서 깊은 슬럼프에 빠져서 모니터를 못하겠는 거예요. 제가 스스로 지친 것도 있지만 제대로 연기를 안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연기를 못 한다는 생각에 힘들었어요. 뭐가 부족한지 다 보이더라고요. 일주일 내내 촬영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런 생각들이 더 힘들었어요. 그냥 저 자신과 타협을 맺었어요. '나는 아직 이 정도니까 이 정도 안에서 보여주자!'하고요"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큰 포부를 지닌 이종석에게 '하이킥3'는 그의 연기의 벽을 스스로 실감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서현진 기자 click07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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