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시즌 최고 출루율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바로 펠릭스 호세다.
2001년 호세는 타율 .335 36홈런 10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홈런, 타점 모두 1위에 오른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출루율은 무려 .503였다. 시즌 5할 출루율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아 있다. 기록으로 봤을 때 그 해 최고의 타자로 꼽기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투수가 가장 피하고 싶은 타자였음은 분명했다.
대부분 투수들이 호세에게 볼넷을 주면서도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음 타자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공존했다. 심경이 복잡미묘해진 투수는 다음 타자와의 승부에서 마음가짐과 볼 배합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호세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는 조경환이었다. 조경환은 2000년 타율 .264 25홈런 64타점으로 미완성된 거포였으나 2001년 타율 .303 26홈런 102타점으로 완성형 타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호세는 2002년 거인 유니폼을 입지 않았고 조경환은 타율 .214 13홈런 33타점에 그치는 한편 시즌 중 SK로 트레이드되면서 1년 만에 운명에 뒤바뀌었다. 조경환의 성적 변화는 100% 호세 때문은 아니더라도 호세의 영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른바 '우산 효과'다. 2001년 조경환은 호세라는 거대한 우산 속에서 만개한 타격 솜씨를 뽐낼 수 있었다.
올해는 일본에서 돌아온 이승엽과 김태균이 각각 친정팀에 복귀하면서 우산 효과가 기대되는 선수들이 눈에 띈다.
지난 해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는 최형우였다. 최형우는 타율 .340 30홈런 118타점으로 홈런-타점 부문을 석권했다. 이제 그 앞에는 이승엽이 등장한다. 삼성은 일찌감치 3번 이승엽-4번 최형우로 못 박았다. 최형우는 늘 "목표는 40홈런"이라 외쳤던 선수다. 이승엽의 우산 효과가 실현된다면 데뷔 첫 40홈런은 결코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다.
김태균이 일본 지바 롯데로 진출한 후 새로운 4번타자로 등장했던 최진행은 이제 김태균이 4번 타순에 복귀하면서 자연스레 5번 타순에 안착하게 됐다. 2010년 32홈런을 마크하며 홈런 부문 2위에 랭크됐던 그는 지난 해 19홈런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김태균의 가세로 한결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 4번보다는 5번이 부담이 덜한 것은 물론이다.
넥센은 지난 해 박병호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후 4번 타순에 고정시키며 진정한 거포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도 박병호는 4번타자로 나선다. 제대로 풀타임 시즌을 치른 적이 없는 그에게 올 시즌은 중요하다.
그러나 박병호는 외롭지 않다. FA로 친정팀에 복귀한 이택근이 가세했기 때문. 넥센에서 전형적인 3번타자의 모습을 보여줬던 이택근은 올해 박병호 앞 타석에 등장해 지원사격을 할 예정이다. 이택근이 빠른 발과 출루 능력을 보여준다면 박병호에게 더 많은 찬스를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전설의 우동수(우즈-김동주-심정수) 트리오와 2001년 두산에 V3를 안긴 우재주(우즈-심재학-김동주) 트리오, 김경문 체제 후 등장한 경동성(안경현-김동주-홍성흔) 트리오 등 숱한 변화를 겪었지만 김동주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지금도 두산은 김현수-김동주-최준석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구축하고 있다. 전성기가 지났다지만 그의 이름이 빠지면 그 허전함을 채울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이대호가 오릭스로 떠난 롯데는 대형 우산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새로운 4번타자로 홍성흔이 등장할 예정이지만 올 시즌 홍성흔의 모습이 2010년(타율 .350 26홈런 116타점)일지 2011년(타율 .306 6홈런 67타점)일지는 아직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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