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인배의 두근두근 시네마]
존 밀리어스 감독의 1982년작 '코난(Conan the barbarian)'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별다른 CG 기술 없이도 판타지 액션 장르의 새 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거칠고 야만적인 원초적인 액션에 고대 판타지와 마초이즘이 부각되면서 큰 인기를 모은 '코난'은 특히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육체미가 각인되면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속편인 '코난 2(Conan the destroyer)'가 1984년 리차드 플레이셔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어 시리즈물로 도약했지만 흥행에 실패하여 3편의 제작은 무산되었다.
마커스 니스펠 감독의 '코난 : 암흑의 시대'는 로버트 E 하워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1982년작 '코난Conan the barbarian'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코난'을 아는 관객들에겐 추억에 대한 향수만으로도 눈길을 끌만하다.
무엇보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 복수한다는 원작의 모티브는 동일하다. 하지만 전설의 신검 크롬을 절대 권력의 힘으로 내세워 동방으로 팔려간 코난의 고행은 물론, 사교의 주술과 마법으로 야만성과 신비감을 조성한 전작과는 달리, 리메이크된 '코난 : 암흑의 시대'는 아케론의 가면을 절대 권력의 힘으로 내세워 전쟁터에서 태어난 코난의 출생부터 코난이 전사가 되어 복수하기까지의 과정을 피가 난무하는 논스톱 액션으로 보여준다. 그런 만큼 30년 만에 재탄생한 코난은 CG가 난무하는 3D 영상으로 자극적인 영상연출을 보여주지만 오리지널의 극적재미를 뛰어넘지 못하고 단순한 판타지 액션으로 머물고 만다.
용맹한 키메르의 전사 코린(론 펄먼 분)의 아들로 혼돈스러운 전쟁터에서 태어난 코난(제이슨 모모아 분)은 어릴적부터 아버지를 통해 검술과 싸움을 익히며 출중한 전사로 커나간다. 하지만 사악한 야심으로 가득찬 카라 짐(스티븐 랭 분)은 아케론을 파멸로 내몰았던 전설의 마스크를 완성하려는 어둠의 제왕으로 시메리안 부족이 나눠가진 마스크의 조각을 손에 넣기 위해 코난의 아버지 코린과 키메르 부족을 학살한다. 카라 짐이 아케론의 가면을 회생시키려는 것은 화형으로 죽은 마녀인 그의 아내를 살려서 영생을 얻고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서 이다.
아버지 코린의 복수를 다짐한 코난은 긴 방랑과 해적생활을 끝내고 강력한 용사가 되어 복수를 위해 다시 돌아온다. 카라 짐의 딸 마리크(로즈 맥거완 분)는 마법으로 코난의 복수를 방해하고, 금지된 주술로 강력한 힘을 얻기 위해 신성한 피를 찾던 카라 짐은 사라진 아케론의 신성한 피를 타고난 마지막 순수혈통인 타마라(레이첼 니콜스 분)를 제물로 이용하려 한다.
'코난 : 암흑의 시대'는 아버지의 복수를 향해 검을 빼어 든 코난의 액션에 포인트를 줘 러닝타임 112분 중 100분 이상을 액션 장면에 주력한다. 코난이 태어나는 오프닝 신과 코난의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어린 코난이 절규하는 장면까지 흡인력을 보여주던 이 영화는 코난이 성인이 되면서부터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여 화려한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액션을 위한 단조로운 캐릭터로서 오로지 액션만을 부각시킨다.
가장 원초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장면은 사악한 카라 짐의 군대와 용맹한 바바리안 전사들로 구성된 시메리안 부족 사이에 벌어지는 대평원의 전투이다. 무자비한 카라 짐의 군대들이 시메리안을 약탈하고 도륙하는 장면은 야만적인 혈전의 절정을 보여주고 카라 짐에 의해 장렬히 전사하는 아버지 코린을 보고 복수를 다짐하는 어린 코난의 처절한 절규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리얼리티를 내세운 피가 낭자한 액션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식상하게 되고 CG로 인한 어두운 화면이 시종일관 답답하게 느껴진다. 물론 잔인하면서도 피비린내 나는 혈전은 신체절단 공포영화와 버금갈 정도로 충격적이다. 가차 없이 죽이는 장면의 연속으로 액션은 오로지 살인을 위한 살인으로 배치되어 흡사 대형화면으로 보는 3D 게임과도 같다.
또한 카라 짐의 딸인 마녀 마리크에 의해 소환된 모래전사 장면은 영화 '미이라'를 연상시키고 카라 짐에게 제물로 사로잡힌 신녀 타마라를 구하기 위해 카라 짐의 성에 잠입한 코난을 습격하는 거대한 식인 문어 장면과 마지막 동굴장면 역시 익히 보아온 모험 영화의 익숙한 설정이라 극적 재미를 반감시킨다. 물론 3D효과로 사실감과 긴장감을 유도하지만 큰 효과는 없다. 그것은 뻔한 스토리 전개로 주인공과 동화되지 않고 장애물을 넘는 게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난 : 암흑의 시대'는 다양한 캐릭터와 화려한 영상으로 전작과 차별성을 두었지만 CG없이도 명성이 자자한 '코난'을 넘지 못하고 코난을 연기한 신예 제이슨 모모아 역시 노장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넘어서지 못한다.
전작에선 전설의 검을 찾는 코난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고 동방에 노예로 팔려가 전투사로 활약하는 과정이 상세히 묘사된 반면, 그런 과정이 생략된 채 해적으로만 부각된 것이 리메이크 작의 허점이다. 무엇보다 전작에서 뱀신으로 추앙받는 사악한 왕의 주술과 마법, 그리고 어둠의 시대를 상징하는 사교의 오싹한 신비주의를 누락시킨 것 역시 각색의 한계점을 드러낸다.특히 전작엔 없었던 캐릭터인 카라 짐의 딸 마리크 역의 로즈 맥거완이 가장 인상적이지만 뭔가 대단한 주술과 마법으로 후반부를 사로잡을 줄 알았던 기대와는 달리, 성급한 결말과 액션으로 마무리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2009년도 리메이크 작 '13일의 금요일'과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2007년도 '패스파인더'의 감독인 마커스 니스펠은 사지절단 공포영화의 리메이크로 이름을 알린 만큼 이 영화에서도 모든 장소를 거대한 도살장으로 변모시킨다. 그런 만큼 이 영화는 '코난'을 추억하는 올드 팬들에겐 실망을 주겠지만 아무 생각 없이 액션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굳이 3D로 볼 만큼 큰 효과는 없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 코난은 아놀드 슈왈츠네거이며 1982년도의 '코난'은 지금보아도 시대를 뛰어넘어 극적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영화 '코난:암흑의 시대' 스틸컷. 사진 = 제이엠지(주) 제공]
<고인배 영화평론가 paulgo@paran.com>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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