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LG가 삼성에 6-3으로 승리한 7일 개막전에서 가장 빛난 것은 3회초 큰 이병규의 선제 만루홈런과 주키치의 6이닝 1실점 호투였다. 하지만 4회초 4번타자 정성훈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면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기태 감독도 "(4회 2득점 이후) 추가 득점이 없어서 한 번쯤 어려운 고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정성훈의 한 방이 이날 경기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김 감독의 말대로라면 정성훈이 침묵했을 경우 LG는 더욱 어려운 경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4번타자로서 정성훈은 무게감이 있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팀 배팅에 뛰어나 과거 2,3번이나 6,7번에도 자주 활용되었던 선수다. 장타력이 돋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거포들이 득세하는 4번과 어울리는 이미지는 아니다.
하지만 정성훈은 4번타자가 타선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른바 '연결형 4번'이다. 정성훈은 이날 3타수 1안타 2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다섯 번 타석에 들어서 세 번 출루한 것이다.
이는 LG의 타선 구성과도 직접적 연관이 있다. 정성훈 뒤에 배치된 5,6번은 이병규와 이진영이었다. 강한 타자가 뒤에 있다는 것은 찬스에서 반드시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되면 나쁜 공에 손이 나가지 않고, 입맛에 맞는 공이 들어오지 않으면 골라서 볼넷으로 출루할 수 있다.
실제로 정성훈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해결보다 연결에 충실했다. 스스로도 "그저 네 번째 순서에 나오는 타자다"라고 말할 만큼 4번이라는 위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정성훈은 출루하며 찬스를 이어가는 데 중점을 뒀다.
그 결과 LG의 모든 득점에 정성훈이 관여할 수 있게 됐다. 3회초에는 무사 1,2루에서 볼넷을 골라 나가 이병규의 만루홈런때 홈을 밟았다. 이어 4회초에는 자신에게 만루 기회가 오자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뜨리며 스스로 해결하는 4번의 면모도 보여줬다.
LG의 타선은 이러한 정성훈의 존재로 인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야구는 아웃카운트 27개를 내주기 전에 많은 득점을 하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다. 상황에 따라서는 '쓸어담는 4번'보다 '아웃당하지 않는 4번'이 더 실용적일 수 있다.
[개막전에서 2타점을 올리는 LG 정성훈.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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