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흔히 말하는 강팀의 조건 중 하나는 전력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센터리인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실제로 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로 갖춰진 센터라인이 강한 팀은 성과를 거두기 마련이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엔 포수 진갑용-2루수 신명철-유격수 김상수-중견수 배영섭으로 짜여진 탄탄한 센터라인이 존재했다.
지난 2002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을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LG는 센터라인이 그리 탄탄하지 못한 팀 중 하나다.
지난 해 포수 조인성-2루수 박경수-유격수 오지환-중견수 이대형으로 짜여진 LG의 센터라인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가동되기도 힘들 정도로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지환의 부상으로 유격수 자리엔 타격 면에서 기대하기 힘든 윤진호가 주전으로 나서거나 2루수로 투입된 박경수가 유격수로 선발 출장 또는 경기 중 유격수로 자리를 옮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안정감을 찾기엔 어려웠다. 또한 조인성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결국 효율적인 배터리 운영이 이뤄질 수 없었다.
올해도 유격수 오지환과 중견수 이대형은 붙박이 주전이다. 그러나 포수와 2루수는 변화가 생겼다.
1998년 LG에 입단해 14년간 쌍둥이 유니폼을 입었던 조인성이 FA로 SK행을 선택했고 오랜 기간 동안 내야를 지킨 박경수는 군 입대로 공백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LG는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포수는 베테랑 심광호를 비롯,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한 조윤준, FA 송신영의 보상 선수로 데려온 나성용, 지난 해 입단한 유강남이 경쟁했고 아직도 최종 승자는 가려지지 않았다. 2루수로 나설 선수로는 넥센 출신으로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김일경, 멀티 플레이어 서동욱, 공격형 2루수 김태완이 꼽혔다.
먼저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 주전 마스크를 쓴 선수는 심광호였다. 심광호는 올해 35살로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개막전에서 주전으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는 느낌이다"라고 말한 건 괜한 말이 아니다. 지난 해 벤자민 주키치와 호흡이 좋았고 개막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베테랑 선수인 그를 주전으로 내세운 것이다.
LG는 개막 2연전에서 5실점을 하는데 그쳤고 모두 5회까지 실점이 전무했다. 심광호는 안정적인 리드와 더불어 8일 경기에서는 천금 같은 희생플라이로 결승타를 기록하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풀타임 경력이 전무하고 LG 역시 이 기회에 새 얼굴을 찾을 예정이라 그가 계속 주전 마스크를 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개막 2연전 동안 LG의 주전 2루수 역시 베테랑 선수의 몫이였다. 김일경은 8일 0-0으로 팽팽하던 8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번트 동작 후 강공으로 전환, 우월 2루타를 터뜨리며 무사 2,3루 찬스를 이끌었고 이전 타석에서도 끈질긴 승부로 투수들을 괴롭혔다.
LG는 개막 2연전에서 센터라인 중 새 얼굴을 찾아야 했던 포수와 2루수에 베테랑 선수를 내세웠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어렵게 기회를 잡은 베테랑 선수들이 야무진 활약을 펼침에 따라 나머지 주전 후보들도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아직 주전 경쟁은 끝나지 않아 LG의 센터라인은 완전한 구색은 갖추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개막 2연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한층 탄탄함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지환은 8일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8회초 좌중월 적시 3루타를 터뜨려 팀 승리에 공헌했다. 이대형 역시 당시 경기에서 도루 2개를 성공시키며 여전한 빠른 발을 과시했고 7일 개막전에서는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얻어내며 무사 만루 찬스의 도화선을 그었다. 이는 결국 이병규의 우월 만루홈런으로 이어졌다.
이들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의문 부호가 있다. 그간 오지환은 수비에서 안정감을 갖지 못했고 이대형은 출루율이 낮아 아쉬움을 샀다. 그러나 오지환은 시범경기에서도 보여줬듯이 한층 나아진 수비를 보여줬고 이대형도 시범경기부터 끈질긴 모습을 보이는 등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막 2연전에 나섰던 LG의 센터라인 심광호-김일경-오지환-이대형(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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