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현직 감독이 WBC 감독을 맡는 건 무리가 있어요.”
2013년 3월에 치러질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대표팀 감독을 놓고 삼성 류중일 감독과 KIA 선동열 감독의 의견이 같다. 미디어데이에 앞서 열린 KBO 구본능 총재와의 식사 자리에서 두 감독은 현직 감독이 WBC 감독을 맡는다는 건 무리가 있다는 뜻을 완곡하게 전달했다고 한다. 두 감독은 10~12일 광주에서 열린 경기서도 기자들에게 이 같은 뉘앙스의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KBO는 현재 전임감독제 도입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3회 WBC 감독 선임을 두고 한바탕 홍역이 일어날 조짐이다.
지난 2009년 2회 대회 때 KBO는 우여곡절 끝에 김인식 현 KBO 기술위원장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당시 KBO는 현직 감독 중에서 대표팀 감독을 낙점하려고 했고, 아무도 선뜻 나서려는 감독이 없었다. 결국 당시 김인식 한화 감독이 총대를 매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KBO는 되도록 좋은 성적을 낸 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려고 했으나 의사소통 과정에서 약간의 잡음을 내며 결국 김 위원장이 감독을 맡아 준우승 신화를 썼다.
결과만 놓고 볼 땐 최고의 대회였지만, 사령탑 선임 과정은 결코 매끄럽지 못했다. 이에 KBO는 8개구단과 이후 대표팀 감독을 직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으로 정하자고 잠정적으로 합의를 봤다. 물론 여전히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2009년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당시 조범현 감독이 2010년 아시안게임 지휘봉을 잡았고, 그에 따라 2012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2013년 WBC 지휘봉을 잡는 게 현재의 분위기다.
하지만 류 감독과 선 감독은 대회가 치러지는 시기가 3월이라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1~2월에 소속팀을 비우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 현직 감독이 WBC 감독을 맡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의사를 밝혔다. KBO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류 감독에 따르면 KBO는 내년 WBC도 다가오는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에게 맡기려는 움직임이다.
야구인들이 이 시점에서 WBC 감독 선임 방법에 대해 고려를 해야 하는 이유는, 만약 현직 감독을 배제할 경우 지금 시점에서 대표팀 전임 감독을 정해 그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대회 준비를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길 경우 8개 구단 감독들에게도 분명하게 방침을 알려줘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WBC는 아직 약 11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남았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감독과 선수를 선발해야 잡음이 없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야구 팬들의 기대치는 2회 대회 준우승으로 상당히 높아져 있지만, 실상 WBC 4강 혹은 준우승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참고로 일본은 오치아이 히로미쓰 전 주니치 감독, 지난해 소프트뱅크를 우승으로 이끈 아키야마 고지 감독, 2회 대회 지휘봉을 잡았던 하라 타츠노리 요미우리 감독 등을 물망에 올려 놓고 올 시즌 중 선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현직 감독을 망라해서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선택은 어떠할까. 일단 감독 선임 원칙부터 확실하게 정하는 게 우선이다.
[2회 WBC 대회 출정식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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