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완벽에 가까운 롯데 '닥공'에 더 필요한 게 있을까.
바로 '기다림의 미학', 즉 볼을 신중하게 고르는 선구안이다. 17일 현재 롯데가 얻은 사사구는 총 20개다. 그 중 볼넷은 단 12개에 불과하다. 대신 삼진은 무려 49개다. 팀 K/BB가 무려 4.08로 8개 구단 최다다. 물론 롯데는 팀 타율 0.312, 장타율 0.385, 팀 출루율 0.354로 모두 1위다. 그러나 볼넷을 늘리고 삼진을 줄였다면, 더 높은 출루율도 가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볼넷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건 이유가 있다. 지난 12일 잠실 LG전을 복기해보자. 기본적으로 선발 김광삼의 구위가 좋았다. 제아무리 첫 3경기서 최상의 타격감을 보였던 롯데 타자들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5회말 선제실점을 한 뒤 돌아선 6회초 공격서 무사 2루의 동점 찬스를 만들었다. 후속 조성환과 전준우가 범타로 물러났지만, 제법 날카로운 타격을 했다. 결국, 홍성흔이 흔들리던 김광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2사 1,3루의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여기서 후속 강민호가 3구째에 타격을 해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났다. 결과론이지만, 성급한 타격이 아쉬웠다. 6회초에 공격한 롯데 타자 5명은 전원 4구 안에 타격을 마쳤다.
결과론이지만 무승부로 끝났던 14일 부산 두산전서도 찬스 때마다 적극적인 타격을 시도한 게 실패로 돌아갔다. 2회말 2사 2루 찬스서는 2구째에, 6회말 2사 2,3루 찬스서는 3구째에, 7회말 1사 1,2루 찬스서는 2구째에 각각 삼진 및 범타로 물러나며 흐름을 끊었다. 8회말에도 3점을 따내며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지만, 이어진 1사 1,3루 찬스서 2구에 병살타가 나오고 말았다.
타격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그간 적극적인 타격을 해서 좋은 결과를 맞이한 적이 더 많았던 롯데다. 실제 8개 구단 대부분 타격 코치들도 찬스에서는 적극적인 타격을 하도록 독려한다. 더구나 롯데는 전임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부터 공격적인 타격을 즐겼고, 그 기조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양승호 감독은 무작정 공격적인 타격을 강조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초구와 2구에 투수가 유인구를 던지는 게 뻔히 보이는 데도 방망이를 휘두르는 건 자제시킨다. 또한, 경기 흐름 상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것보다 공 1~2개 정도를 기다려주는 게 필요할 때도 있다. 상대 투수가 위기에서 제구력이 흔들릴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양 감독은 이런 미세한 부분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올 시즌에는 히트 앤드 런 같은 작전도 많이 주문하고 있다. 희생번트는 적지만, 그런 작전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초구부터 들이대는 건 지양해야 할 필요도 있다.
롯데는 지금도 훌륭한 타격을 하고 있다. 이대호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볼넷보다 삼진이 많다. 적극적인 타격에는 원래 삼진이 뒤따르는 법이지만, 어차피 공격이라는 건 구위가 좋은 투수를 상대할 때는 잠잠해지기 마련이고, 상대 투수를 떠나서 주기적으로 사이클이라는 게 있다. 문제는 바로 그럴 때다. 뻥뻥 안타가 잘 터지는 흐름에서 굳이 트레이드 마크인 적극적인 타격을 버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잘 풀리지 않을 때, 상대 투수가 강할 때, 반드시 1점이 필요할 때는 한번쯤 돌아갈 필요도 있다. 지금 롯데 타자들에게 필요한 건 기다림의 미학이다.
[기뻐하는 롯데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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