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17일 경기에서 KIA 타이거즈는 넥센 히어로즈와 투수전 끝에 2-1로 신승했다. 1점차 승부였기에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어야 했으나, 실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윤석민의 신들린 투구에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1실점 완투승을 거둔 윤석민은 이날 삼진을 14개나 잡으며 사사구는 하나도 기록하지 않는 완벽한 구위와 제구의 조합을 보여줬다. 투구수도 많지 않아 9이닝을 103개만 던지며 막았다. 에이스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투구였다.
KIA 입장에서 보면 이날 윤석민의 승리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2득점에 그치고도 1승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2점만 얻고 경기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인 흐름이었다면 빈공에 그치며 패하는 경기를 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날 KIA는 2점만 가지고도 승리하며 5할 승률(4승 4패)에 올라섰다.
또 한 가지 도움이 되는 부분은 불펜의 소모 없이 이겼다는 점이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 주말 LG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인 15일 경기를 앞두고 "불펜의 필승조 선수들이 연투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이어 "연투한 투수들은 무조건 투입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불펜의 핵심 선수들을 관리하며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7일 경기에서 KIA는 필승조는 물론 추격조 한 명도 쓰지 않고 넥센을 꺾었다. 이로써 힘을 비축한 KIA 불펜은 이번주 남은 5경기에서 더욱 전력투구하며 승수 쌓기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주 마지막 경기인 오는 22일 경기에는 다시 윤석민의 등판이 예상돼 탄력적인 불펜 운영도 가능해졌다.
에이스들의 가치는 단순히 실점을 막는 것에만 있지 않다. 훌륭한 에이스들은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불펜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면서 불펜 투수들보다 7, 8회를 실점 없이 잘 버텨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메이저리그(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저스틴 벌랜더다. 벌랜더는 지난해 34경기에 등판해 24승 5패,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251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7.38이닝을 던졌다. 디트로이트 불펜은 벌랜더가 등판하는 날 가볍게 던지거나 쉬고, 나머지 투수들이 나오는 경기에 힘을 쏟으며 팀 전체 승수를 더 많이 쌓아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벌랜더의 활약으로 디트로이트는 지난해 95승 67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에 올랐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성적과 팀에 기여하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갖춘 에이스 벌랜더는 지난해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석권했다. 24승과 2.40의 평균자책점이 벌랜더에게 사이영상을 안겨줬다면, MVP 수상은 251이닝을 홀로 버텨 줬기에 가능했다. 그야말로 MVP(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는 말에 걸맞는 활약이었다.
윤석민의 가치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14탈삼진보다 값진 것은 어쩌면 9이닝 완투일지 모른다.
[KIA 선동열 감독(왼쪽)의 고민을 덜어준 윤석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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