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한화의 시즌 초반이 지독하게도 풀리지 않는다. 6승 16패 1무로 고꾸라졌던 지난해 4월이 떠오를 정도다. 지난해 5월 이후 투타에서 다크호스의 면모를 과시했던 한화는 올 시즌 전력을 보강하며 4강 후보 다크호스로 분류됐다. 그러나 현재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4강 후보와는 ‘아니올시다’다. 터지지 않는 방망이는 지난해 여름처럼 언젠가 화끈하게 달아오를 수 있지만, 수비와 주루 플레이 같은 기본적인 면에서 무너진다면, 참으로 난감하다.
21일 현재 8개 구단의 실책 현황을 살펴보자. 한화가 9개로 가장 많다. SK와 삼성이 3개와 4개로 가장 적긴 하지만, 한화와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20일 청주 삼성전을 앞두고 “언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맞다. 10-0에서의 실책과 0-0에서의 실책은 같은 1개로 기록되지만, 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문제는, 한화가 자꾸 승부처에서의 실책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20일 청주 삼성전만 해도 그렇다. 0-0이던 2회초 1사 1,2루의 위기였다. 진갑용에게 적시타를 맞은 선발 안승민이 손주인에게도 우전 적시타를 맞아 2루 주자 배영섭을 홈으로 보내줬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뒤가 문제였다. 한화 우익수 강동우는 홈 송구를 포기한 채 3루로 공을 송구했다. 타이밍 상 주자가 1루에서 3루로 뛰는 건 무리였다. 더구나 그 주인공이 8개 구단 타자 중 가장 발이 느린 진갑용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예상대로 진갑용은 강동우의 총알 같은 송구에 당황해 움찔했고 2루와 3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렸다. 3루수 이여상과 유격수 이대수는 정석대로 볼을 주고 받으며 진갑용을 추격했다. 그러나 이대수가 조금 더 접근하면 직접 태그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여상에게 받은 볼을 잡자마자 놓치며 진갑용을 3루에, 타자주자 손주인을 2루에 보내줬다. 결국 맥이 풀린 안승민은 후속 김상수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이날 9-4로 끝난 경기 흐름으로 볼 때, 2-0에서 5-0을 만든 김상수의 3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대수의 실책은 한화에 어마어마하게 뼈 아팠다.
몇 년전만 해도 한화가 실책을 범할 때면 “경험이 없는 선수가 대거 포진했으니까”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대수, 한상훈 키스톤 콤비의 연차를 합하면 19년차다. 3루수 이여상도 5년차로써 삼성에서 유망주로 불렸던 시간보다 한화로 트레이드 된 뒤 어느덧 실전에 투입된 시간이 더 길어진 상황이다. 핑계거리를 찾을 수 없다는 뜻과도 같다.
물론, 실책의 특성상 한 번 범한 선수가 계속 부담을 가져 연이어 실책을 범하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본인이 이겨내야 할 문제이고, 결국 프로는 결과로 평가 받는다. 수비 전문가 후쿠하라 미네오 코치의 영입 뒤 한화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실전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 않아도 될 플레이,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자꾸 져서 패배하는 한화의 마음을 누가 알까. 어쨌든, 선수들은 수비를 하던 초심으로, 그리고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한화 벤치의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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