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승계주자실점률(기출주자득점허용률), 요즘 꽤 중요하게 여겨지는 수치다. 지키는 야구가 프로야구의 대세가 된지 오래다. 8개 구단 감독들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것도 구원투수의 교체 시기를 잡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전임투수가 남긴 주자를 이어받는 게 구원 투수의 숙명이 됐다. 불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럽게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는 투수를 믿기보다 불펜에서 준비 중인 더 좋은 구위를 갖고 있는 투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구원투수가 등판했을 때 전임투수가 남겨둔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는 걸 승계주자실점(IRS)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구원투수 자신의 평균자책점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벤치 입장에서는 실패한 투수 교체가 돼버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승계주자의 득점이 동점 혹은 역전을 당하는 점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승계주자실점률은 구원투수 개개인의 능력과 더불어 그 팀이 얼마나 매끄럽게 구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그리고 그걸 살펴보니, 자연스럽게 8개 구단의 시즌 초반 속사정이 엿보인다.
▲ SK·롯데·LG, 괜히 선두권에 있는 게 아니다.
24일 현재 승계주자실점률이 가장 낮은 팀은 선두 SK다. 0%다. SK 구원투수들은 21명의 승계주자 중 단 1명에게도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희수, 엄정욱, 정우람 등 그만큼 지키는 야구가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동 2위에 올라있는 LG와 롯데도 18.5%와 21.4%에 불과하다. 유원상, 류택현이 0%이고, 우규민도 7명 중 2명만 홈을 밟게 했다. 롯데도 파이어볼러 최대성이 0%이고 김사율과 김성배는 6명 중 1명에게만 득점을 내줬다. 경기 막판 세 감독의 투수교체가 성공적으로 착착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삼성, 지키는 야구 흔들거리는 이유 있다
올 시즌 삼성 불펜은 예전만 못하다. 마무리 오승환만 강력함을 과시하고 있을 뿐, 나머지 필승조들의 구위가 4월이 다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정상적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이들의 완벽한 이어던지기가 올해 균열이 가고 있다는 건 승계주자실점률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삼성의 그것은 현재 무려 43.8%로 7위다. 16명의 승계주자 중 무려 7명에게 득점을 내줬다. 류중일 감독의 투수교체가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증거다. 권혁이 7명 중 4명에게, 안지만이 6명 중 3명에게 홈을 밟게 했다. 권혁, 안지만, 정현욱은 올 시즌 벌써 7경기에 나섰지만, 정작 마무리 오승환은 3경기에만 나왔다. 결국, 권혁, 안지만, 정현욱이 나왔을 때 승계주자의 득점을 허용해 동점이 되거나 역전이 돼 오승환의 등판 기회가 봉쇄됐을 가능성이 크다.
▲ 미스터리 두산, IRS 최하위에도 성적은 중위권
가장 흥미로운 팀은 두산이다. 두산은 승계주자실점률이 57.7%로 가장 높다. 26명의 승계주자 중 15명에게 홈을 밟게 했다. 실제 고창성이 6명 모두 홈을 밟게 했고, 노경은도 4명 중 3명에게, 김창훈도 7명 중 4명에게 홈을 밟게 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땅을 칠 노릇이다. 이들은 두산 불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제 내실이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은 현재 6승 4패 1무로 4위를 지키고 있다. 불펜 싸움을 힘겹게 했음에도 결국 승수를 많이 쌓은 건 그만큼 경기 종반 타격의 힘이 강했음을 의미한다. 구원 투수들이 내준 점수를 극복하려면 결국 방망이로 때려서 더 많은 점수를 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산은 실제 팀 타율 0.294로 2위, 팀 득점은 56개로 1위다. 화끈한 야구로 승부하고 있는 두산이다.
▲ 8개구단 승계주자실점률 (24일 현재)
SK 0% (0/21)
LG 18.5% (5/27)
롯데 21.4% (9/42)
넥센 38.4% (10/26)
KIA, 한화 39.1% (9/23)
삼성 43.8% (7/16)
두산 57.7% (15/26)
[승계주자실점률 0%를 기록 중인 SK 엄정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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