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렵게 차지한 선두, 빼앗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롯데가 본격적인 선두 수성에 나선다. 24일 현재 7승 1무 3패로 선두를 달리는 롯데는 2위 SK와 LG에 고작 0.5경기 앞서 있을 뿐이다. 이들의 기세가 만만하지 않기에 롯데도 당분간 순위를 잊고 앞으로 달려나가야 할 입장이다. 당장 이번주 상대가 최근 기세를 회복 중인 디펜딩챔피언 삼성과 돌풍의 LG라는 점에서 롯데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롯데는 투타 밸런스가 최상이다. 이대호가 빠진 4번 타순에는 홍성흔이, 1루수에는 박종윤이 각각 공수에서 100% 이상으로 메워주고 있고, 전체적인 파괴력은 지난해에 버금간다. 여기에 선두 등극의 결정적인 원동력인 마운드도 라이언 사도스키의 부진을 제외하면 잘 선발진도 잘 돌아가고 있고, FA 듀오 정대현과 이승호가 빠졌음에도 최대성의 예상 밖 활약과 김수완, 이명우의 분전, 그리고 김사율의 건재로 불펜도 필승 공식이 짜였다. 이런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가 있다. 정대현의 부상 공백을 슬기롭게 넘긴 롯데이지만, 추가로 부상 선수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여기에 급격하게 부진한 선수가 나오며 투타 균형이 깨질 가능성은 다분히 있다. 133경기 내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길 바라는 건 무리다. 사실 장기레이스는, 어떤 돌발 변수가 일어날지 모른다. 롯데는 이제 고작 11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더구나 롯데는 아직 한 시즌의 흐름을 주도한 적은 없다. 1984년과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정규시즌 우승은 삼성과 빙그레였다. 시즌 내내 최강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최근의 흐름을 봐도 시즌 초반 죽을 쑤다가 시즌 중반 폭발적인 상승세로 4강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도 시범경기 때 “올해는 시즌 중반에 치고 올라서는 건 어렵다”라고 단언했을 정도로 8개 구단 전력은 더더욱 평준화됐다. 유례없는 순위 싸움이 예고됐고, 롯데가 선두를 지키려면 예년보다 더 거세진 경쟁자들의 도전을 뿌리쳐야 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돌발변수를 뿌리치는 힘을 인정받아야 비로소 선두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수 있다. 과거 SK와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을 양분했을 때 숱한 위기 속에서도 시즌 중반 이후 전세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건 그런 힘이 강했기 때문이다. 2005~2006년의 삼성과 2007~2008년의 SK는 눈에 보이는 전력뿐 아니라 언제든 주전의 부상과 부진에 대비해 가용될 수 있는 백업 멤버가 풍부했고, 팀 컨디션 사이클이 떨어졌을 때도 승부처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는 끈끈한 응집력이 돋보였었다. 그러나 롯데의 현재 백업멤버는 썩 풍부한 편은 아니고, 팀 컨디션 사이클이 떨어졌을 때 대처하는 능력은 아직 상황이 닥치지 않아 평가할 단계는 아니다.
롯데가 앞으로도 계속 선두를 유지할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0.5경기 차는 오늘내일 뒤바뀌는 걸 반복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상 중위권으로 급전직하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는 곧 올 시즌 내내 어떻게든 중, 하위권 팀의 집중 견제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연 레이스를 주도해본 적이 없는 초보 경마가 어떻게 페이스 조절을 할까. 그에 따라 자신들의 한해 농사는 물론 연쇄적으로 다른 팀의 시즌 운영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462일만의 기쁨도 잠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롯데다.
[선두를 지키는 힘이 필요한 롯데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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