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옥자 감독은 편견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최근 온갖 사건으로 어수선한 여자농구계에 24일 기분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KDB생명이 이옥자 감독과 2년 계약을 했다. KDB생명은 이로써 여자배구 GS 칼텍스에 이어 프로스포츠 사상 두번째로 여성 감독을 영입했다. 14년 역사의 WKBL 최초 여성 감독이다.
불편한 얘기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여성 편견이 존재한다. 프로스포츠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여자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돼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지도자가 수없이 많았다.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보더라도 종목을 불문하고 위대한 여자 선수가 많았지만, 이들 중 성공한 지도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아마추어 레벨에서는 여자 코치가 꽤 있지만 그간 WKBL 각 구단들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매번 여자 지도자를 남자 지도자와의 경쟁에서 낙마시켰다. 그러나 KDB생명은 이 감독을 선택했다. 60세라는 나이가 말해주듯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지도자다. 더구나 2000년대 들어 일본 실업팀 샹송화장품에서 2차례 우승을 일궈냈다는 경력도 있다.
이 감독과 인연을 맺을 제자들의 능력도 최고 수준이다. KDB생명은 현재 WKBL 5개 구단 중 가장 조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것도 주전 전원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세대교체가 화두인 여자농구이지만, KDB생명은 이미 4~5년 전부터 세대교체를 했고 이제는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2010-2011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때부터 KDB생명 선수들은 슬슬 경험마저 쌓아가고 있다. 비록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서 KB에 무너졌지만, 결코 KB에 뒤지는 전력이 아니다. 여전히, KDB생명은 신한은행을 무너뜨릴 1순위로 지목받고 있다.
그런 이 감독에게 가장 큰 과제는 바로 구단, 그리고 선수들과의 관계 설정이다. 선수-감독-프런트와의 호흡이 맞지 않을 경우 절대로 강팀이 될 수 없다. 이건 모든 지도자가 소속팀을 우승시키고 명문구단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밑바탕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KDB생명은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감독, 프런트, 선수들간의 의사소통에 엇박자가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KDB생명이 계약 기간 1년을 남기고 세대교체와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둬온 김영주 감독과 계약을 파기하고 이 감독을 영입한 건 이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이 감독의 과제는 명확하다.
전술, 전략적으로는 이미 남부럽지 않은 능력이 있다. 지난 2007년 인천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당시 유수종 감독을 보좌해 우승을 이끌어냈고, 이후에도 꾸준히 WKBL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갖고 있는 수비 조직력과 빠른 공수전환이라는 KDB생명의 장점에 약간의 단점인 높이, 그리고 백업 멤버들의 성장을 이끌어낸다면 KDB생명은 2012-2013시즌 우승 가능성도 충분하고, 향후에도 가장 전도유망한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나아가 이 감독은 한국 프로스포츠에서도 여자지도자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당당히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그녀의 나이는 KBL, WKBL 16개 구단 감독을 통틀어 가장 많다. 유난히 젊은 감독을 선호하는 농구계에 경륜과 베테랑 파워를 보여준다면 침체가 된 농구계에 붐도 일으키고, 한국 스포츠계에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전망이다. 성공한 여성 지도자의 롤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감독의 행보를 대한민국 스포츠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이 감독이 잘해야, 여자농구 그리고 한국스포츠에 만연한 여성 지도자의 편견을 걷어낼 수 있다. 국내 아마추어 농구 여자 지도자들은 이 감독이 프로스포츠에서 성공한 여성 지도자의 선구자가 되길 바라고 있다. 부담스럽겠지만, 그건 KDB생명의 창단 첫 우승과 함께 이 감독이 이제부터 안고 가야 할 숙명이다.
[KDB생명 이옥자 감독.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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