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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스타전 이후부터가 승부처다.”
시즌 초반 충격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삼성. 그러나 류중일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방관이 아니다. 나름대로 철저한 전략 수립을 하면서도 아직은 급격한 변화를 주거나 승부를 걸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24일 대구 롯데전서 오승환이 데뷔 후 최다 실점을 했음에도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24일 대구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류 감독은 “어느 팀이든 5할을 기본으로 계산하고 움직인다. 작년에도 시즌 초반 승패 적지가 3~4개 정도 난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올스타전 이후에 치고 올라갔다. 올해도 팀당 3연전을 2~3차례 치른 6~7월에 5할에서 2~3개 정도 승이 많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여름에 확실히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이 보는 올 시즌의 판도는 이렇다. 현재 1위 롯데부터 최하위 한화가 보여준 전력은 100%가 아니다. 선두 롯데를 제외하고 부상 선수가 많아 그 선수들이 시즌 중반 복귀할 경우 얼마든지 판도가 뒤집어 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롯데조차 이승호와 정대현이 합류하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도 신명철, 조동찬이 내야에 들어와야 안정감이 생긴다. 박한이도 정상적으로 합류해야 타선도 안정적일 것이고. 지금 8개 구단의 순위는 의미가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류 감독은 올 시즌 승부처를 언제로 잡고 있는 것일까. 역시 부상 선수가 대부분 복귀하고 각 팀의 장,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날 시기인 6~7월로 잡았다. “올스타전 전후가 승부처다. 그때부터는 정말 처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팀당 2~3번 정도 3연전을 해야 각 팀 전력을 자세히 살필 수가 있다.”
왜 3연전을 2~3차례 해봐야 진짜 전력이 드러난다고 말하는 것일까. 단순히 부상 선수 변수를 떠나서 3연전 2~3차례, 즉 팀간 7~8경기 이상 치를 경우 어지간한 간판 투수와 간판 타자들이 한 차례 이상씩 맞대결을 할 수 있다.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한 번도 못 만나는 투수도 있고, 선수들도 유독 컨디션이 좋거나 반대로 좋지 않을 때가 있어 평균적인 실력을 가늠하려면 그 정도 붙어봐야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류 감독의 발언 이면에는 한편으로 여전히 선수들을 신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최형우와 채태인, 부진한 차우찬과 예전만 못한 불펜 투수들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제 몫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류 감독은 “이제 10경기 넘어섰다. 선수들이 7개 팀과 한 번씩 붙어보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아직은 승부처가 아니라는 발언도 결국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류 감독의 의도가 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
류 감독은 24일 경기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뒤 “빨리 잊겠다”는 말을 했다. 훌훌 털어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겠다는 말이 선수들에게 부담이 됐나 보다. 내가 실수했다”고 자책한 류 감독, 현 상황에 대해 관망하면서 승부수를 띄울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2~3개월 뒤 류 감독의 전망은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시즌 판도를 신중하게 전망한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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