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역시 오승환은 오승환이었다.
26일 대구구장. 9회초 3-6으로 뒤지던 롯데의 마지막 공격.대구구장에 익숙한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렇다. 오승환의 테마송인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장엄하게 대구구장을 장식한 것이다. 24일 대구 롯데전서 상상할 수 없는 0⅔이닝 4피안타 2볼넷 6실점을 기록하며 1013일만의 패전, 340일만에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이 이틀만에 다시 롯데 타선과 만난 것이다.
작심을 하고 나왔다. 사실 이틀 전 안타가 된 타구는 대부분 직구였고, 구속도 떨어졌었다. 어떻게 보면 오승환도 방심한 경향이 있었다. 진갑용도 “승환이가 시즌 초반에 이렇게 맞아서 오히려 정신무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있다. 진갑용의 말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오승환은 시종일관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150km가 넘는 직구를 펑펑 꽂아넣었다. 이틀 전보다 코너워크에도 훨씬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가운데로 들어가는 볼도 더러 있었지만, 힘이 잔뜩 실린 직구를 2경기 연속 롯데 타자들이 쳐낼 수는 없었다. 제 아무리 천하의 롯데 타선이라도 말이다.
첫 타자는 오승환에게 9타수 4안타로 강한 홍성흔이었다. 24일 경기서 역전의 서막을 알리는 안타를 쳐낸 홍성흔에게 오승환은 정면 승부했다. 긴장했는지 연이어 볼을 2개 던졌지만, 헛스윙 두 차례를 이끌어내며 풀카운트까지 갔다. 6구째. 홍성흔은 힘차게 베트를 돌렸고, 우익수 파울 플라이 아웃이 됐다, 빗맞은 타구였다.
두 번째 타자는 박종윤. 역시 볼 3개를 던졌고 헛스윙도 두 차례나 유도하며 풀카운트까지 갔다. 6구째 헛스윙 삼진. 세번째 타자는 강민호였는데 볼카운트 1-2의 유리한 상황에서 유격수 왼쪽으로 가는 내야안타가 됐다. 하지만,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고 오승환의 구위에 눌려 타구의 속도가 느릴 뿐이었다. 네번째 타자는 손아섭. 역시 내야 땅볼로 막아냈다.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이틀 전의 악몽은 없었다. 총 23개의 투구 중 20개 직구였고, 최고 구속은 153km가 찍혔다. 슬라이더가 2개였고, 싱커도 1개를 섞어 던졌다. 슬라이더는 140km까지 나왔고 투심패스트볼은 143km까지 찍혔다.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던진 혼신의 투구였다.
오승환은 이틀 전 자신에게 악몽을 준 타자들에게 고스란히 앙갚음을 했다. 경기를 끝내고 이정식과 하이파이브하는 그의 모습이 그렇게 평온해 보일 수가 없었다. 오승환은 “그제 경기가 기억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오늘 똑같은 상황에서 (이)정식이 형에게 미안한 마음을 갚기 위해 더 열심히 던졌고 잘 막고 싶었다. (윤)성환이 형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에 더 잘 막고 싶었다”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4세이브로 레다메스 리즈(LG)에 이어 세이브 부문 공동 2위로 뛰어오른 오승환. 역시 최강 돌부처의 위력은 하루 부진했다고 어디로 도망가는 게 아니었다. 역시 오승환은 오승환이었다.
[4세이브째를 따낸 오승환. 사진=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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