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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코리아'는 실화에 충실한 영화인만큼 큰 반전은 없다. 다만 실화이기에 감동이 진한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다.
그러나 '코리아'는 배두나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준 영화라는 점에서 일종의 반전을 안겨줬다. '괴물' 이후 한동안 스크린에서 그를 볼 수 없었기에 이토록 새로웠던 것일까. 첫 등장부터 매서워진 눈빛의 배두나는 그 또래 여배우 중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가치를 입증했다.
사실 연기 못하는 배우는 결코 아닌데, 새삼 칭찬세례를 받고 있는 배두나를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칭찬들에 기분은 당연히 너무 기쁘지만, 동요되지 않으려고 마음을 굳게 먹고 있어요. 그래도 기분 좋고 쑥스러워요. 감사하고"라고 말했다.
리분희가 되는 과정은 그래도 남들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다. 실존인물이지만 참고할만한 자료들이 턱없이 적었다. 또 그에게는 처음으로 접해보는 실존인물 연기이기도 했다.
"그동안 실화나 실존인물을 연기해본 적이 없었고, 심지어는 제가 인형은 연기해봤어도 실제 인물을 연기로 접한 적은 없었죠. 그래서 지금까지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제약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의식을 안할 수는 없었어요. 재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반영을 하고 리얼함을 살리고 싶었죠. 80정도가 리분희 선수를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면, 20정도는 시나리오 상 내가 느낀 여백의 미를 표현코자 했어요. 그래서 북한말 선생님께 당시 리분희 선수가 어떤 위치였고 어떤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느 정도였는지를 많이 여쭤보고 참고했어요. 당시에는 막막했지만 돌이켜보면 새롭고도 독특한 작업이었어요. 동시에 조심스러운 작업이기도 했고요."
게다가 탁구영화인만큼 실제로도 선수에 버금가는 훈련을 받아야했고, 그 때문에 육체적으로 노곤했던 것은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시간은 어느 정도 지나갔지만 당시의 수고를 생각하면 새삼 울컥했던 것인지, 배두나는 인터뷰 전날 진행된 탁구선수들 대상 시사회에서 눈물을 보였었다.
그 자신도 모르게 쏟아버린 눈물에 많이 쑥스러워하는 배두나는 '코리아' 이후 곧장 독일로 향했다. 촬영 끝나고 딱 이틀 뒤 짐을 싸서 바로 갔다고 한다. 새 작품, '클라우드 아틀라스' 촬영에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친구도 못 만나고 바로 독일로 갔어요. 독일로 가서는 완벽히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죠. '코리아'에는 북한말 선생님이 계셨다면 이번에는 영어 다이얼로그 코치가 있었는데, 그분과 붙어서 열심히 선미를 입히는 작업을 했었죠. 리분희 캐릭터에 너무나 큰 애착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었고, 고집을 부려서라도 치열하게 만들었던 점이 있었기에,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분희를 놓는 것은 오히려 미련이 더 없었어요. 너무 열렬하게 사랑했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나면 헤어지고 나서 미련이 덜 한 마음 아시나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원없이 사랑했기에 미련없이 벗었던 거죠."
[배두나. 사진=유진형 기자zolong@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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