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으이구, 말 한마디 덜하고 수비할 때 공이나 잘 받을 생각해라.”
꼭 누가 누구를 타박하는 것 같다. 하지만 롯데 덕아웃에서 양승호 감독이 황재균에게 이 말을 한 것을 본 기자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면, “야, 누구 누구야, 기자분들 목 타는 거 안 보이냐? 커피 좀 돌려라”고 프런트에게 면박을 주는 식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다. 심지어 “헤이 유먼, 투데이 러닝 오케이?”라고 호기롭게 질문을 던졌지만, 유먼에게서 돌아온 말은 “오케이, 유 투”라는 충격적인(?) 표현이었다.
그래도 “깔깔깔깔”하고 웃어 넘기는 양승호 감독이다. 그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유머로 모든 걸 승화할 줄 안다. 감독으로서 최대 장점이다. 기본적으로 양 감독은 모든 사람에게 웃는 얼굴로 대한다. 덕아웃에 나와서 무게를 잡고 가만히 있는 일부 감독들과는 180도 다르다. 야구 얘기를 좀 할라 쳐도 금새 사적인 얘기로 화제를 돌리는 놀라운 재주가 있지만, 그것은 곧 기자들을 그만큼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라는 걸 알 수 있다.
때문에 롯데 덕아웃은 항상 웃음과 정이 넘친다. 물론, 성적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홍성흔은 “작년 이맘 때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는 고개 푹 숙이고 다녔다”라고 말했고, 양 감독도 “작년 이맘 때 성적이 안 좋았을 때는 SNS를 끊고 난리도 아니었다”라고 회상했지만,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도 선두로 치고 나설 수 있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었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보다 결코 나은 성적이 아님에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무언가 특별한 게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 특별함 중 하나가 바로 양 감독의 부드러움과 편안한 리더십이다. 시범 경기에서 타선이 꽁꽁 묶이고 투수들이 무너지면서 이대호, 장원준의 공백에 FA 이승호, 정대현의 합류 불발이 뼈아프게 다가왔지만, 양 감독은 결코 이들에 대한 구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 배려했다. 경기 전 연습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와 라커룸을 오가는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농담을 하는 건 어쩌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그래서 양 감독이 최근 수비가 불안한 황재균에게 “공 좀 잘 받으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게 결코 이상하지 않다. 황재균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고, 양 감독도 그런 황재균에게 다시 한번 믿음을 보낸 것이다. 양 감독의 지적(?)을 받은 황재균은 지난달 29일 부산 LG전서 불안한 수비를 보이지 않았고, 양 감독에게 대담한 농담(?)을 했던 유먼도 양 감독이 감싸주니 최고의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롯데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건 기본적으로 그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최고의 기량을 내뿜을 수 있는 건 양 감독의 보이지 않는 격려와 긴장을 풀어주는 농담 덕분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경기는 선수들이 하지만, 양 감독은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100% 해내고 있는 것이다.
양 감독은 시즌 초반 선두 질주에도 “내가 뭐 한 게 있나. 지들이 다 알아서 하는 거지”라고 껄껄 웃지만, 경기 준비를 하며 덕아웃을 오가는 선수들과 농담과 웃음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믿음이 피어 오른다. 롯데가 4월병을 극복하고 당당히 공동 선두로 치고 올라간 것에는 이런 숨은 이유도 있다. 이른바 '양승호호' 리더십이다.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양승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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